[사설]글로벌 벤처 '네이버'의 도전

네이버는 1999년 창업 뒤 10년을 '내수 기업' 꼬리표와 싸웠다. 구글도 없던 시절에 언제 커서 야후 같은 존재가 될 거냐는 비아냥이었다. 회사 문을 닫을 때까지 한국에서만 1위를 누릴 거라는 거였다.

그다음 10년 가까이는 '한국식 횡포'에 시달렸다. 만만한 게 동네북이라고 무슨 문제만 생기면 두들겨 맞았다. 해외 인터넷 기업은 잘하는 것도 없는데 귀여움 받고, 네이버는 잘못하는 것도 없는데 늘 꾸중을 받았다.

해외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는 이런 시간을 거치며 더 단단해졌다. 아무리 잘해도 '국내용'에 안주하는 순간 손가락질은 계속될 거라고 여겼다. 이를 악물고 해외에서 시작한 것이 지금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증시에 동시 상장된 라인이다. 그리고 중국과 미국에서 겪은 쓴맛을 유럽에선 멋진 단맛으로 바꿔 보기로 했다. 해외 도전의 선봉엔 늘 이해진 창업자가 있었다.

27일 네이버가 제록스로부터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을 인수하기로 한 것도 이런 도전의 하나로 읽힌다. 제록스는 잘 알려졌다시피 영상 처리와 인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영상 기술이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앞으로 제록스 전체 IP를 특허권 공유 등으로 활용만 할 수 있게 된다면 네이버의 관련 기술은 그야말로 눈부시게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계인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전 문화부 장관은 네이버 유럽 활동에 든든한 조언자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인연은 라인과 펠르랭 전 장관이 주도하는 코렐리아캐피털의 공동 투자와 스타트업 발굴 활동으로 왕성하게 이어지고 있다.
세상은 현재 '부의 크기'로 네이버를 평가한다. 그러나 이해진 창업자를 비롯해 네이버 내부에선 여전히 글로벌에서 자그마한 벤처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런 자세와 관점이 오히려 정상이다. 아직 성공을 다 이뤘다고 여기지 않는 '글로벌 벤처' 네이버의 다음 도전이 기다려진다.

[사설]글로벌 벤처 '네이버'의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