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삼성, 반도체 37조 투자…후방 산업계 최대 실적 '낙수효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항공사진.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항공사진.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하면서 2021년까지 21조원에 육박하는 추가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기존 발표한 평택 1기라인 투자 금액 15조6000억원을 합치면 37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아산에 새로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라인을 짓기로 하고 충청남도와 단지건설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아직 구체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새로운 단지를 형성하는 것인 만큼 이 역시 상당한 수준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에선 관측한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단행되면 국내 경제에 긍정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기준 37조원을 투자하면 생산 유발은 163조원, 직간접 고용유발효과는 44만명에 이른다.

'질 좋은' 일자리가 생겨난다는 점이 특히 긍정적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대규모로 투자를 단행하면 후방 협력사는 큰 수혜를 받는다. 이미 평택 1기라인 투자로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대부분의 1차 장비, 인프라 건설 협력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를 통해 첨단 장비, 재료 등 후방 첨단 산업계의 일자리 역시 계속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한 장비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대한다”면서 “우리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주요 협력사가 몰려드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1차 협력사 장비를 조립, 공급하는 2차 협력사 대표는 “작년 하반기부터 평택 물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면서 “납기를 맞추기가 빠듯해 인력을 대폭 충원했고, 장비 조립 클린룸까지 빌리러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장비 부분품을 공급하는 3차 협력사에도 긍정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장비와 인프라 업체가 수혜를 받았다면, 가동이 시작되는 시점부턴 소모성 재료 협력사들 실적이 크게 뛰고 인재 수요도 많아진다. 삼성전자와 주로 거래하는 1차 반도체 재료 공급사 여러 곳은 평택 공장 가동 이후 물량 확대에 대비해 공장을 증설키로 했다.

지역 경제도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평택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협력사 30여곳이 입주해 있다. 20여곳 업체가 평택에 새로운 사무소를 낼 계획이다. 일부 인프라, 재료 업체는 평택에 신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평택시는 평택 삼성전자 공장이 정상 가동되면 많게는 100개 협력사가 추가로 입주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산시에 새로운 OLED 생산라인이 구축하면 평택과 같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기도 기흥, 화성, 평택과 충청도 아산에 이르는 첨단 부품 클러스터 구축으로 국내 장비 소재 산업과의 동반성장은 물론 후방 산업 생태계 활성화로 연구개발(R&D)과 서비스 등 고급 기술인력 수요도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도 새로운 공장을 짓기로 하고 시기와 방법, 투자 금액을 조율하고 있다. 국내에 공장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시안에 새로운 공장이 생기면 기존에 거래하던 국내 1, 2, 3차 협력사가 수혜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는 후방 산업계 낙수 효과로 이어져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 평택 반도체 공장 추가 증설과 아산의 새로운 OLED 패널 생산 단지 조성은 1등 경쟁력을 보다 확고히 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