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차, 수소전기차 가격 낮출 핵심기술 확보...토요타 벽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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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전지 핵심 ‘MEA·분리판’ 독자개발...가격경쟁력 탄력

현대자동차가 수소전기차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완성차는 물론 연료전지까지 독자 개발·생산이 가능한 수준이다. 수소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높은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현대차가 전용 플랫폼 수소전기차 출시는 토요타에 한발 늦었지만 기술만큼은 토요타가 공표한 수준보다 앞선다. 앞으로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시장 선점과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5월 '2017 서울 모터쇼'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한 'FE 수소전기차 콘셉트'.
현대자동차가 지난 5월 '2017 서울 모터쇼'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한 'FE 수소전기차 콘셉트'.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전기차(FCEV) 연료전지 3대 핵심 기술(MEA·분리판·GDL) 가운데 난도가 가장 높은 전극막접합체(MEA)와 금속분리판의 독자 개발을 완료했다. 다음 달 현대차 충주공장에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MEA 등 연료전지 핵심 부품 양산에 들어간다.

현대차는 이번 핵심 기술 확보로 완성 수소전기차의 생산 단가를 최소 30%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전기차에서 차지하는 연료전지 가격의 비중은 절반 수준이다. MEA·분리판은 다시 연료전지 가격의 70%가량을 차지한다. 부품 조달, 생산 시간 절감 등 공정 경쟁력을 대폭 높이는 가운데 차량 경량화에 따른 구동 효율과 안정성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가 내년 출시 목표로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FE 수소차 콘셉트카'에 이 기술의 적용이 유력해졌다. 이에 앞서 토요타가 2014년에 출시한 수소전기차 '미라이'(5만7500달러)보다 낮은 가격대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전기차의 핵심 기술을 자체 기술과 소재로 개발하면서 수소차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토요타가 공개한 기술 수준보다는 앞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MEA는 연료전지 출력 등 발전 역할에 기여하는 핵심 부품이다. 지금까지 미국 고어, 영국 존슨매티 등이 독점해 왔다. 분리판은 연료전지 내 높은 열전도를 유지시키면서 각종 연료 물질이 섞이는 것을 방지한다. 현대차는 종전까지 흑연을 깎아 만든 두꺼운 분리판을 사용했지만 금속 분리판의 개발로 분리판 두께를 0.1㎜ 이하로 줄였다. 공정 간소화로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부피도 크게 줄면서 차량 경량화에도 유리해졌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본격 양산 체계를 앞두고 올해 초부터 마북연구소에 국내외 석·박사급 연료전지 개발·생산 인력 300명을 추가 영입했다. 수소전기차 차체 엔지니어링 인력 200명을 포함하면 수소전기차에만 최소 500명의 전문 인력을 확보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MEA와 금속 분리판 내재화는 공정 등 생산·가격이 아니라 수소전기차에 최적화된 연료전지 양산 경쟁력을 갖춘 것”이라면서 “수소전기차의 높은 가격 부담을 해소시키면서 안전성과 성능 등 완성도까지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2013년에 세계 처음으로 양산형 수소차 '투싼ix'를 출시했지만 토요타가 2014년에 전용 플랫폼 '미라이'를 출시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다. 미라이는 지난달까지 일본(1770대), 미국(1810대), 유럽(130대) 등에서 3710대 판매됐다. 반면에 현대차 '투싼ix'의 누적판매량은 700여대다.

전기차 전문가 박철완 박사는 “현대차가 MEA와 분리판 내재화에 성공하면서 토요타와 더불어 수소차 양강 구도를 형성한 셈”이라면서 “빠른 시일 안에 양산형 연료전지전기차를 출시, 시장 검증부터 받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