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다시 그리는 '금융 게놈 프로젝트'...쓸 데 없던 정보의 귀환

은행, 카드, 증권사가 금융 전반에 걸쳐 빅데이터를 결합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빅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마케팅 시스템 '스마트오퍼링'을 운영하고 있는 KB국민카드의 빅데이터전략센터.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은행, 카드, 증권사가 금융 전반에 걸쳐 빅데이터를 결합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빅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마케팅 시스템 '스마트오퍼링'을 운영하고 있는 KB국민카드의 빅데이터전략센터.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금융권이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DNA 지도를 그리고 있다. 매초 단위로 생성되는 금융 거래와 흐름, 고객 행동 패턴 기록을 분석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에 이용한다. 인간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 염기 서열을 분석하던 '인간 게놈 프로젝트'처럼 금융을 구성하는 각종 데이터를 분석, 개인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카드·증권사 등 금융계가 마케팅, 상품 개발, 리스크 관리, 신용평가 등 금융 전반에 걸쳐 빅데이터를 결합하기 시작했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카드업계다.

KB국민카드는 빅데이터전략센터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편제했다. 빅데이터 경영이라 부른다. 국민카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금융권 최초로 '스마트 오퍼링 시스템'을 도입했고, 음성 정보를 문자로 전환해 불완전 판매를 막는 소비자보호 부문에도 접목했다.

KB금융그룹 계열사 간 활용도 눈길을 끈다. KB국민카드 대중교통 이용 빅데이터를 활용한 KB손해보험의 대중교통 이용 할인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등 빅데이터와 카드 소비 데이터를 융합, KB만의 상권평가지수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우수 상권 가맹점주 대상 금융 상품 확대 제안, 법인사업자 신용 평가 모형 고도화 등에 활용한다.

신한카드는 2017년 '빅데이터 2.0 경영'을 선언했다. 머신러닝(기계학습), 딥러닝 등 빅데이터 분석 신기법을 경영 전반에 접목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를 분석하고 고객 취향 컨설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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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는 개인별 소비를 분석해 스마트한 카드 소비 생활을 지원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비서 서비스 'FAN페이봇'을 출시했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소비 패턴 분석이 정교화해지고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올해는 빅데이터를 활용, 공공기관과 리테일 컨설팅 서비스 확대에 나선다.

삼성카드는 빅데이터를 접목한 가맹점 지원 통합 서비스 브랜드인 'BMP(빅데이터 마케팅 파트너십)'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할인 혜택을 주는 링크(LINK) 서비스는 삼성카드 대표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고객 증가뿐만 아니라 가맹점도 43% 증가했다. 이 밖에도 삼성카드는 산업연구원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미래 신성장 산업 발굴에 나섰다.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공동으로 AI와 빅데이터를 접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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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도 빅데이터 도입 바람이 거세다.

최근 농협은행은 맞춤형 상품·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객 거래 정보, 자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댓글, 콜센터 상담 내용, 인터넷 뱅킹 사이트 내 상품 열람 이력 등을 수집·분석·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우리은행도 지난 3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들어갔다. 저비용 고효율 데이터 저장 및 활용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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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는 미래에셋대우가 첫발을 뗐다. 미래에셋대우는 합병 과정에서 신설한 디지털금융 부문에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빅데이터팀 출범 이후 서울대 통계학과와 협력, 미래에셋대우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생성되는 각종 정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도 4월 빅데이터 공모전을 개최한 데 이어 이달 빅데이터팀을 신설했다. 키움증권도 이달 말까지 빅데이터 공모전을 열어 빅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을 다각도로 살필 예정이다. 추후 머신러닝을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내놓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대신증권은 지난 3년 동안 생성된 각종 데이터의 분석을 기반으로 2월 채팅로봇(챗봇) '벤자민'을 선보였다.

보험사인 삼성화재도 빅데이터 보험 사기 적발 시스템(IFDS)을 만들었다. IFDS는 보험 계약, 보험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기 고위험군을 자동 추출해서 현장 조사 전문 인력에게 알려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는 블록체인, AI 등 4차 산업혁명의 처음이자 전부”라면서 “빅데이터는 금융사의 미래 가능성이 아닌 현재 경쟁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