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보조금 日産 배터리 포함…한국은 또 탈락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동차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또 탈락했다. 일본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 것과 대비됐다. 자국 산업 보호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로 시작된 중국 정부의 한국산 배터리 규제가 언제쯤 누그러질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SDI 전기차용 배터리 제품 라인업 (사진=전자신문DB)
삼성SDI 전기차용 배터리 제품 라인업 (사진=전자신문DB)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가 최근 발표한 '6차 신에너지 자동차 추천 목록'에는 58개 기업의 201개 전기차 모델이 새로 추가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삼성SDI와 LG화학 배터리 탑재 차종은 포함되지 않았다. 공신부는 지난해까지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도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지난해 12월 말부터 일곱 차례 보조금 지급 대상을 추가하면서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모두 제외시켰다.

반면에 이번 6차 목록에도 일본 AESC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 4개 차종이 포함되면서 대비를 이뤘다. AESC는 지난달 1일 업데이트한 5차 목록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전에도 소규모 외자 기업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목록에 든 적은 있었지만 메이저급 외산 업체 배터리가 포함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중국 정부의 불투명한 보조금 정책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이 보조금 지금 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해 전기차 배터리 모범 규준 인증을 받지 못한 영향이 크다고 추정할 뿐이다. 중국 정부는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015년 말 중국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 삼성SDI와 LG화학은 지난해 6월 4차 배터리 모범 규준 인증에서도 탈락한 이후 현재 5차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심사 일정이 불투명한 데다 인증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제외 조치가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의 연장선인 동시에 자국 업체를 지원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 육성 차원에서 전기차 종류에 따라 대당 보조금 수만 위안을 지급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지원 덕에 중국 전기차 시장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규모로 성장했다.

업계와 현지 언론은 일본산 AESC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 것도 중국 벤처캐피털 진사장(金沙江)이 AESC를 인수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인 일본 파나소닉 역시 신에너지 자동차 추천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지난 4월 말 중국 다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2015년 현지 투자에 나선 한국 기업보다는 한발 늦은 행보지만 세계 최대 중국 시장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AESC를 시작으로 외산 업체 규제 완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2015년 5월 전기차 배터리 규범 인증을 시작하고 2년이 넘은 만큼 외산 기업 규제도 조금씩 완화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외산 기업의 진입을 방어해 주기로 약속한 기한이 2년 정도였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외산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언제쯤 완화될지는 장담하기 힘들지만 지난 2015년 5월 첫 배터리 규범 인증을 시행하고 2년이 지난 만큼 규제가 조금씩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