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맞춤형 넘어 미래 대응형 금융 서비스로

2003년 4월 인간게놈지도 완성으로 인류는 질병 극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인체 DNA 염기 서열과 개별 유전체 특성을 모두 해석할 수 있게 되면서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이나 체질에 맞는 치료법 등이 제안될 수 있었다. 바로 개인 맞춤 의료시대 서막이었다.

데이터 생성 빈도나 양이 대체로 많은 금융 서비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맞춤형 금융 서비스가 제공돼 왔다. 대면 방식 상담이나 컨설팅에서 시작해 PC, 모바일로 옮겨오면서 스마트화됐다. 이제는 할인율 높은 카드 제휴점을 제안해 주거나 인공지능(AI)이 자산 관리를 해 주는 시대까지 왔다. 금융 분야는 엄청난 데이터 때문에 가장 진화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카드사나 은행·증권사가 고객의 금융 서비스 이용 패턴, 처리 방식, 금액부터 하다못해 이용 시간대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는 의료 정보처럼 개인 금융 정보를 알아야만, 즉 빅데이터를 돌리고 분석해야만 고객에도 더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고객이 금융 서비스를 요청하면 금융기관이 제공하던 시대에서 서비스를 요청하기도 전에, 심지어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특정 금융 혜택을 추천하고 소비자 선택을 얻어 내는 시대로 바뀌었다.

지금까지의 맞춤 금융 서비스는 한 번 더 진화된 미래 대응형 서비스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6개월 내 주택 구매 가능성이 80% 이상이고 1억원 이상 자금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든가 '3개월 내 처분된 주식 특징을 봤을 때 1개월 내 특정 주식을 사들일 것' 같은 예측형 서비스로 발전할 것이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발전이다. 단 식별 정보든 비식별 정보든 묶어 놓고 무조건 못쓰게 하는 규제가 문제다. 기술은 뛰는데 규제는 예전의 주판을 두드리던 시대 그대로 남았다. 선허용 후처벌 원칙만 분명히 하면 된다. 비식별 데이터는 원칙상 모두 쓰도록 열고 식별 정보에 대한 선별 관리 기술을 강화하면 된다. 생각이 바뀌어야 금융이 달라진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