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로봇 시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정일균 전자부품연구원 지능로보틱스연구센터장
정일균 전자부품연구원 지능로보틱스연구센터장

최근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를 제외하면 미래를 논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4차 산업혁명은 고령화, 인구 절벽에도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와 성장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리 사회, 가정에 가져올 파장을 예측하고 준비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대학·연구소 등에서 다각도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에서 던져진 공식 화두다. '디지털 혁명(3차 산업혁명)에 기반을 둔 실물 공간, 디지털 공간, 생물학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 융합 시대'로 정의된다.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초연결 등 기술 융합을 통해 다가올 시대 변화는 기존의 자동화 기반 대량 생산에서 지능형 맞춤 생산으로, 기능 제품에서 지능형 제품으로, 기존의 육체노동에서 지식 및 두뇌 노동으로 각각 대체된다. 이는 생산비용 극소화로 귀결된다.

AI는 기존의 사전 입력된 논리로 결과를 내는 방식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스스로 논리를 정립하고 결과를 내는 시스템으로 발전한다. 구글 딥마인드는 두 대의 AI로 자신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경쟁 구조에서는 배신을, 나누면 성과가 나는 구조에서는 협력할 수 있음을 각각 증명했다. 이는 AI도 인간과 같이 상황에 따라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력 또는 배신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을 의미한다.

이미 세계 대기업들은 변화의 격랑에서 새로운 고지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 지메일, 유튜브, 구글맵 등에서 1000개가 넘는 AI 관련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흔히 PC와 서버를 판매하는 회사로 생각되는 IBM은 30개가 넘는 팀으로 AI '왓슨'을 강화, 연간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I와 결합한 로봇은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기존의 생산성 극대화 목적 대량 생산 세계 시스템을 근본부터 변화시킨다. 빅데이터로 예측하고 초연결로 실시간 반영되는 수요에 대응한다. 자율 주행 로봇이 컨베이어를 대신하고, 모듈화된 로봇 제조 셀이 모델 및 제품에 따라 스스로 재구성한다. 높은 생산 효율을 유지하며 지능형 맞춤 생산이 가능해진다.

BMW는 이미 생산된 차를 고르는 대량 생산이 아닌 일명 '대량 맞춤' 방식을 기반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한 로봇 기반의 유연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올해 CES에서는 아마존 AI '알렉사'가 적용된 가전이 700여 가지에 이를 정도다. 지능 제품이 단순 기능 위주의 제품을 빠르게 대체한다. AI-로봇 기술 융합은 고령자 복지비용을 헬스케어 로봇으로 절감한다. 인구 절벽으로 인한 생산 인구 감소는 AI 기반 로봇으로 해결한다.

문제는 생산자인 로봇이 수요자는 될 수 없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기존에 정해진 업무를 반복 수행하는 방식으로는 부가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서 AI·로봇과 같은 생산·서비스 수단을 보유하고 이를 활용해 얼마나 창의성이 발현되고 혁신된 상품,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느냐가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

이미 코앞으로 다가온 거대한 변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AI와 로봇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의 로봇 밀도를 자랑하는 국내 첨단 공장에 설치된 로봇의 다수가 외산이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이러한 경향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미래 로봇들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로봇과 AI에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함께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기존처럼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해결하는 접근법으로 바꿔야 한다. 시도 과정에서 필연으로 따라오는 실패를 인정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제도상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리는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철옹성 같던 일본 전자회사를 뛰어넘은 경험이 있다. AI 시대로 넘어가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로봇이 세계 기업들의 로봇을 따라잡고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정일균 전자부품연구원 지능로보틱스연구센터장 mickey3d@ke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