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60년 세계사 흐름이 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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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제12회 세계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미국 제일주의와 다국간 국제협조주의가 정면으로 맞부딪친 파란의 회의였다. 자유무역체제의 유동화, 지구온난화 합의의 부실화, 글로벌 협력의 냉각화 등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G20 회의의 기원은 지금부터 20년 전 아시아 통화 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발도상국발 국제 통화 위기를 구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 1999년 G20 재무장관 회의를 창설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보호주의를 주장하고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보호주의 반대를 촉구하는 아이러니가 전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중심 '천동설' 도처에서 굉음을 내고 있다. 그러나 지난 60년 세계사는 전후, 좌우의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움직이지 어느 한 점으로 수렴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60년 전인 1957년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1월 5일)에서 이른바 '아이젠하워 독트린'이 발표된다. 미국이 영국과 프랑스를 대신해 중동 지역에서 당시 소련의 영향력에 대항한다는 내용이다. 이해의 가장 큰 이벤트는 소련이 세계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10월 4일)에 성공한 것이다. 미국으로선 미·소 우주 대결에서 소련에 한발 뒤진 '스푸트니크 쇼크'였다. 두 달 전에는 소련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은 ICBM을 이듬해에 발사한다.

이들 2개 과학기술 사건을 본 중국의 마오쩌둥은 11월 14일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사회주의 12개국 공산당·노동당 대표회의에 참석, “동풍이 서풍을 압도한다”며 대미 강경책을 주장했다.

1967년에는 5년 동안 계속돼 온 케네디 라운드(관세 일괄 인하 교섭)에서 53개국이 합의, 6300개 품목의 관세가 평균 35% 인하된다. 유럽에선 유럽공동체(EC), 아시아에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결성된다. 이해 쿠바 혁명의 영웅 체 게바라가 사망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아서 콘버그 박사팀의 DNA 인공 합성 성공,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리스천 버나드 교수의 세계 첫 심장 이식 수술 성공도 이해에 이뤄졌다.

1977년에는 민주당 출신의 지미 카터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 카터 대통령은 인권,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핵 폐기를 선언했다. 조지 루커스 감독은 최신 오디오·비디오(AV) 기술을 활용한 영화 '스타워즈'로 흥행 기록을 세웠다. 뉴욕에선 대규모 정전 사고가 발생,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중국에선 문화대혁명 종결이 선언되고 농업, 공업, 국방, 과학기술 등 4대 근대화 목표가 제시됐다. '금세기 중 사회주의 강국 건설'이 기치로 내걸렸다.

1987년 한 해는 뉴욕시장 주가 대폭락(10월 19일, 블랙먼데이)으로 상징된다. 페르시아만 정세 불안, 달러 약세, 인플레와 금리 상승 우려 등이 겹친 것이다. 과열 기미의 재테크 붐과 맞물린 컴퓨터의 대량 주식 매매도 한몫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미·일 반도체 협정 위반으로 일제 전기전자 제품에 보복 관세 100%를 물린다고 발표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러시아 서기장은 러시아 혁명 70주년 기념식장에서 페레스트로이카(개방) 추진을 발표했다. 세계 인구 50억명을 돌파한 해다.

1997년 영국 총선(5월 1일) 이튿날인 2일 노동당의 터니 블레어 총리가 취임한다. 미국의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가 화성에 착륙, 지구로 사진과 정보를 전송했다.(7월 4일) 아시아발 세계 통화 위기에 휩쓸린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12월 19일에는 한국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김대중 후보가 당선된다.

2007년 1월 1일부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2월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가 2008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한·미·중·일·러·북 등의 6자 회담이 타결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타결된다. 그런가 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북한을 방문해 핵시설 동결 방안을 논의했고, 한·미 국방장관 회담(2월 23일·워싱턴)에선 “2012년 4월 17일 한미 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이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포기하면 평화 조약을 맺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9월 7일)

10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2차 남북 정상회담차 평양을 방문했으며, 이해 노벨 평화상은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패널(IPCC)이 공동 수상한다.

한편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다우존스공업 평균지수는 사상 최대로 폭락했다.(8월 9일) 2003~2006년 4년 동안 이어져 오던 세계 경제 호황이 막을 내리고 경제가 악화되기 시작한 한 해였다. 2008년 9월에 발생한 세계 금융 위기인 이른바 리먼 쇼크가 전조였다.

2017년은 어떤 사건들이 일어날까. 미국 중심의 '천동설'과 중국 '동풍'이 세계에 지속해서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좌우의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세계사와 남북 관계의 흐름을 바꾸는 사건들이 비연속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혁신 과학기술 발전(브레이크스루)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래저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본 궤도에 오르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