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LPG 차량 사용제한 완화' 조속히 처리돼야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액화석유가스(LPG) 차량 사용 제한 제도 개선'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자동차 유종 간 환경 영향 평가 분석을 마치는 대로 4차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정책 방향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역시 민생 법안으로 추진해 오던 LPG 차량 사용 제한 완화를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결론은 이달 안에 날 공산이 크다.

LPG 차량은 미세먼지를 거의 배출하지 않으며, 초미세먼지와 오존의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양도 디젤차의 30분의 1 수준인 친환경차다. 최근 강력한 지구온난화의 원인 물질로 부각되는 블랙카본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도 강점이다. 블랙카본은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발암 물질일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680배나 되는 온난화 유발 물질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크다.

LPG는 무엇보다 연료비를 포함한 차량 유지비가 저렴하고, 충전 인프라도 충분히 갖춰져 있어서 미세먼지 문제의 현실 대안으로 꼽힌다.

미국은 이미 1990년 대기정화법에서 LPG를 청정 대체 연료로 지정, 세금 감면 등 보급 확대 정책을 시행했다. 유럽연합(EU) 역시 LPG를 비롯한 친환경 가스체 연료의 사용과 인프라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에서도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온실가스 등의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LPG 차량의 친환경성이 휘발유나 경유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수차례 밝혔다.

그러나 해외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LPG가 국내 정책에서는 외면당했다. LPG 차량 구매 때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지원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해외 사례와는 대조된다.

LPG 차량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홀대와 역차별을 받아왔다는 사실은 자동차 등록 추이를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국내 LPG 차량은 2011년 이후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27만대가 줄었으며, 지난해에만 9만대가 감소했다.

이는 국내에서 LPG 차량을 장애인이나 택시용, 5년 이상 된 중고차 등으로 사용 범위를 극히 제한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동차 제조업체도 전용차 개발에 소극일 수밖에 없다. 대기 환경 개선을 위해 전 세계에서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LPG 차량을 일반 국민이 탈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이탈리아에선 스포티지와 티볼리 LPG 모델이 인기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에겐 생소한 이야기다.

우리나라 도심처럼 좁은 공간에서 차량과 사람이 맞붙어 다니는 환경에서는 차량 배출 가스 가운데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시 인구의 38.4%가 도로 오염의 영향을 직접 받는 위험 인구에 포함된다. 차로에서 서너 걸음만 뒤로 물러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디젤 레저용 차량(RV)는 화물차 대비 미세먼지 배출량은 적다. 그러나 인적이 드문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운행되는 대형 트럭과 달리 시내와 주택가 인근에서 주행한다는 점에서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만큼 친환경화도 절실하다.

이대로 실효성 있는 대책 하나 없이 마냥 늑장만 부리다간 내년에도 우리는 자욱한 미세먼지를 들이키며 서로 책임을 묻느라 목소리를 키울 것이다. 미세먼지가 자욱하던 올해 3월 국회는 LPG 차량 사용 제한 완화 법안을 민생 법안으로 지정하고 정부의 조속한 진행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우선 처리한다던 민생 법안은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늦었다. 더는 결단을 미뤄선 안 된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carng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