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사물인터넷 전쟁 시작됐다

[이슈분석]사물인터넷 전쟁 시작됐다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은 해외 일부 도시에서 이미 상용화됐다. 그러나 전국 망을 구축한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서비스를 구성하고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일부 지역에서만 제공하는 것, 전국 망 기반으로 전국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NB-IoT 전국 망 구축으로 SK텔레콤 로라(LoRa)와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와 콘텐츠도 급증, 국내 IoT 시장 성장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KT는 지난 4월 일부 지역에 NB-IoT 네트워크를 설치, 베트테스트를 시작했다.
KT는 지난 4월 일부 지역에 NB-IoT 네트워크를 설치, 베트테스트를 시작했다.

◇IoT 전쟁 막 올라

SK텔레콤이 로라 및 롱텀에벌루션(LTE)-M 기반 하이브리드형 IoT 전국 망 구축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1년 후 KT와 LG유플러스가 NB-IoT 전국 망 구축을 발표하면서 정면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로라와 NB-IoT 기술 간 경쟁이 국내 IoT 시장 확대 동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IoT 시장은 2020년 13조7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공공, 에너지, 생산(제조), 헬스케어, 자동차, 홈 등 6대 영역을 중심으로 IoT 산업과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많은 서비스가 'IoT 전용망'을 통해 제공된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국내 IoT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홈IoT 등 일부 영역에서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규모는 크지 않다.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사물인터넷협회가 발표한 '2016 IoT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국내 IoT 사업체는 1991개에 불과하다.

NB-IoT 전국 망 구축에 이어 상용 서비스가 출시되면 시장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가인터넷 상용화 이후 이용자 트래픽과 대용량 콘텐츠가 늘어난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로라와의 경쟁으로 차별화된 신규 IoT 서비스 출시가 연이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서비스는 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이용자 편의로 이어진다.

이경준 텔릿 상무는 “전국 망을 구축했다는 것은 전국 어디에서나 IoT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라면서 “위치 기반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동 차량 트래킹, 독거 노인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 출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고양시에 NB-IoT 스마트 수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고양시에 NB-IoT 스마트 수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본격화는 3분기 이후

KT와 LG유플러스는 수도권과 지방자치단체 일부 지역에서 NB-IoT 시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시범 서비스를 시작으로 상용화에 착수할 방침이다. 당초 양사가 계획한 상용화 시점은 상반기였다. 그러나 칩과 모듈 출시가 늦어지면서 실제 상용화는 3분기 이후가 될 전망이다.

IoT 업체 관계자는 “퀄컴과 화웨이 등이 NB-IoT 전용 칩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내놓았고, 여러 주파수를 지원하는 칩도 상용화를 앞뒀다”면서 “그러나 이 칩을 장착한 모듈이 나온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단말까지 개발한 후 실제 서비스 적용까지는 몇 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금제 개발도 남은 과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로라 전국 망 구축을 선언하면서 100킬로바이트(KB)에서 100메가바이트(MB) 사이 데이터 양에 따라 월 350~2000원의 초저가 요금제를 동시에 발표했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세분화된 요금제를 마련, 미래부에 약관 신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상용화까지 시범 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중소업체와 협력, 생태계 확산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LG유플러스는 화웨이와 협력, 지난 4월부터 칩셋과 모듈 10만개를 협력사에 순차 공급하고 있다. KT 역시 판교 NB-IoT 오픈랩 구축으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LG유플러스는 NB-IoT 확산을 위해 지난해 말 NB-IoT 오픈랩을 오픈했다.
LG유플러스는 NB-IoT 확산을 위해 지난해 말 NB-IoT 오픈랩을 오픈했다.

◇NB-IoT 전국망, 어떻게 준비했나

국내에서 IoT 기술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2014년 말부터다. SK텔레콤과 KT는 프랑스 시그폭스와 기술 협력을 논의하는 등 IoT 망 구축을 준비했다. 여러 이슈로 협상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SK텔레콤은 로라로 방향을 선회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글로벌 공식 표준을 쓰는 NB-IoT로 결심을 굳혔다. 기존에 구축한 LTE 망을 활용, 실내와 지하 등 폭넓은 커버리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양사는 지난해 말부터 NB-IoT 망 구축 준비를 시작했다. NB-IoT 국제 표준 개발이 지난해 6월에야 완료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로라 전국 망을 구축한 시점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시간 열세 만회를 위해 11월 공동 협력을 선언했다. NB-IoT 네트워크 조기 상용화 공동 추진, 칩셋·모듈·단말 등 핵심 제품 공동 소싱 등이 핵심이다.

KT는 이후 LTE 업그레이드 방식 NB-IoT 전국 망 구축을 발표했다. LG유플러스와 망 공동 사용 가능성도 논의했지만 결국 기존의 망을 업그레이드하기로 결정했다.

미래부는 지난 3월 '전기통신사업용 무선설비 기준 기술'을 개정·시행, NB-IoT 서비스 제도의 기반을 마련했다. NB-IoT를 이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과 폭, 간섭 방지 대책, 출력 등을 명시했다.

NB-IoT는 비표준 대역이 아니라 기존의 LTE 대역 일부를 사용한다. 기존의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기 때문에 간섭 방지 등을 위한 기술 기준이 필요하다. 정부가 NB-IoT 기술 기준을 마련한 것은 최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