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文의 '친기업'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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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文의 '친기업'은 어디에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두 달이 훌쩍 지났는데도 좀처럼 관심을 보이질 않는다. 한번쯤은 챙겨줄 만도 한데 어떤 의도가 있는지 눈길도 보내지 않는다. 미우나 고우나 다 함께 가야 한다면 이제는 좀 신경을 쓸 때도 되지 않았는가. 외면당하는 이도, 지켜보는 이도 안타까운 마음에 걱정이 앞선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70일이 되도록 '친기업'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미국 순방길에서 “기업인들께서 저를 '친노동'이라고 하는데 제가 노동변호사를 오래 했기 때문에 맞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업의 고문변호사도 오래, 많이 했기에 저는 '친기업'”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뿐이다.

미국에 가서는 외교 안보에 치중한 나머지 기업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허점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협상'을 언급하며 언론플레이하는 것을 지켜봤다. 청와대는 재협상은 논의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지만 2주 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부터 '개정 협상'을 요구하는 '청구서'가 날아왔다. 이에 앞서 청와대 설명대로 재협상은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최근에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또 한 번 기업 시각과 엇박자를 냈다. 준비하고 있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수십조원 규모의 원전 산업 미래를 막았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이유로 건설 일시 중단을 택함으로써 수많은 중소 협력사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지난 주말에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 폭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대통령 선거 공약과 무관하지 않다. 임금 인상을 싫어할 근로자는 없겠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분명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근로자이고 국민이다. 임금을 많이 주고, 좀 더 안전한 에너지 환경을 만들고, 국가 안보 주도권을 굳건히 한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걱정될 뿐이다

대통령은 양 옆과 앞뒤를 고루 돌아보며 신경 써야 하는 자리다.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 한 방향으로 흘러도 문제지만 지금처럼 모든 현안에서 기업과 산업의 가치가 뒤로 밀리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얼마 전에 만난 원전업계 관계자는 “그냥 죄지은 듯이 조용히 있어야죠” 하며 웃었다. 우스갯소리로 말했지만 가벼운 농으로만 들리진 않았다.

문 대통령은 친노동인 동시에 친기업이라고 스스로를 평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오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선거 때나 내놓는 형식의 의미로 친기업을 강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탓에 기업을 챙기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 모두 잘 알 것이다. 기업의 기를 살리자는 것이지 재벌의 탈법·편법을 눈감아 주라는 것이 아니다.

다음 달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산업 정책을 책임질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장도 자리에 앉는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하고, 통상교섭본부도 신설된다. 문 대통령의 친기업 성향을 보여 줄 계기가 이어진다. 문재인표 친기업 정책을 기다린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