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재부는 어느 나라 부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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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기재부는 어느 나라 부처인가

“과학기술혁신본부 설치, 연구개발(R&D) 예산 권한 강화 등 국가 과학기술 혁신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겠다. 과학기술의 전문성과 투자 효율성을 높이겠다.”(이낙연 국무총리, 6월 29일 국가과학기술심의회 모두 발언)

“지난 정부 동안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무너졌다는 인식이 많다. 이번에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다시 구축해서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제대로 된 역할을 당부한다.”(문재인 대통령, 7월 13일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

대통령과 총리는 국정 최고 지도자다. 이들의 발언은 각 부처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부처 내부 자료는 정책 추진 근거를 강조할 때 'VIP 발언'을 덧붙이기도 한다.

기획재정부가 용감한(?) 행보를 시작했다. 국가 R&D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지출 한도 설정 권한을 못 내놓겠다고 나섰다. 원래 미래부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에 넘기기로 한 권한이다. 'VIP 발언'을 정면으로 거슬렀다. 관계 부처가 재협의하고 있지만 결과가 우려된다.

예산권은 과학기술 혁신의 핵심 권한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독립된 예산 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국가 R&D 사업은 여타의 재정 사업과 분리해서 평가하자는 취지다. 대통령 선거 운동 때 지지받은 공약을 반영했다. 기재부가 모를 리 없다.

기재부 주장에도 나름대로 근거는 있다. 국가 R&D 예산을 무턱대고 늘릴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우리나라 R&D 지출은 정체 상태다. 과학계도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데 공감한다. 지출 한도 설정에 미래부가 참여한다고 이 상황이 급변할 수 없다.

기재부는 R&D 사업의 타당성을 미래부가 심사하는 게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미래부와 산하 기관이 상당수 R&D 사업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미래부와 연구 현장이 그렇게 살가웠는가.

자존심 강한 연구계와 이를 통제하는 부처가 틈만 나면 부딪치는 긴장 관계다. '부처 위의 부처'로 군림하고 대기업 사외이사 자리를 꿰차는 기재부에 비하면 전쟁터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라는 막강한 상위 기구도 있다.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예산권은 정책 판단 문제다. 시대에 맞는 판단과 그것을 추진할 리더십이 중요하다. 방치하면 부처 간 이전투구가 빤하다. 그 과정에서 개혁의 가치는 퇴색된다. 늦기 전에 대통령이 나서자.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