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장도 안 가본 국토부 전기차 개정안

[기자수첩]현장도 안 가본 국토부 전기차 개정안

우리나라가 전기자동차 보급 2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14년 민간 보급이 시작된 지 4년 만이다. 크게 내세울 만한 성과는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보조금)을 지원하는데도 전기차 보급률은 19위로 저조하다. 사고 싶은 차가 별로 없다는 것도 이유로 꼽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가정용 충전기 설치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전기차 구매 포기자 대상 조사를 보면 여전히 가정 내 '충전기 설치 어려움'이라고 답하는 층이 가장 많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공동주택 입주자 3분의 2 동의' 규정을 없애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승인만 얻으면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민이 80%가 넘는 우리 주거 환경을 고려한 정책이다.

하지만 현실성은 여전히 떨어진다. 일일이 주민 동의를 구하는 수고는 덜었지만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설득하는 일은 달라진 게 없다. 이미 주민동의 절차를 건너뛰고, 입주자대표회의만을 거쳐 충전기를 설치한 사례도 많다. 이번 개정안으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대규모 아파트단지 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 참여가 어렵다는 현실은 반영되지 않았다.

교통부 개정안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충전기 설치를 위해 입주민대표회의를 거쳐야 하는 이유부터 다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당초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위해 전용 주차면이 필요했고, 충전 설비에 따라서는 별도의 수전 설비를 구축하거나 다른 일반차 주차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 같은 절차가 생겼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가방에 넣고 다닐 만한 크기의 벽걸이형 충전기가 나왔고, 공간 활용도가 높은 소형 충전기도 이미 많다. 각종 자판기는 아무 절차 없이 설치하는데 반해 가정용 전기차 충전기가 위험한 설비로 취급받는지에 대한 조사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교통부 담당자는 당장 현장에 가서 충전기가 위험한 설비인지, 최근에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다른 입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설비는 아닌지 파악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