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미래부에 14조 R&D 예산권 이관 의지 천명...공은 이제 국회로

文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관련법 개정 담보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창조과학부에 연구개발(R&D) 예산권을 일임하기로 했다. R&D의 특수성을 감안, 예산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과학계의 요구를 수용했다. '선언만 있고 구체성이 없다'는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보완했다.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발표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과학기술 총괄 부서 'R&D 관련 예산 권한 강화'를 명시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의 과기혁신본부가 예산권 없이 운영되면서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출범 70여일 동안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평가는 분분했다. 주무 부처인 미래부에 과학기술 정책 총괄 및 R&D 사업 등을 전담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를 꾸리기로 해 기대를 모았다.

文, 미래부에 14조 R&D 예산권 이관 의지 천명...공은 이제 국회로

이후 예산권 부여가 담보되지 않은 데다 청와대 내 과기 조직도 크게 축소되면서 위상이 떨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국가 R&D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권한, R&D 지출 한도 설정 권한을 놓고 같은 정부 내에서 기획재정부가 반기를 들었다. '허울만 좋은 과기 컨트롤타워' '과학기술 홀대론' 등이 지적됐다.

이날 발표된 핵심 국정 과제에 '과기 총괄 부처 예산 권한 강화'가 명확히 담겼다. 문 대통령의 의지가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컸기 때문에 국정 과제에도 실린 것”이라면서 “대통령 선거 공약을 통해 과기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고, 국정기획위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국민 목소리 및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 예산권 강화 과제는 국회로 넘어왔다. 예산권 이관이 명시된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관계 부처 협의를 바탕으로 국회의 빠른 처리를 유도해야 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는 “지금까지 국가 R&D 투자로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이 심각하게 된 적은 없었다”면서 “기재부는 공정성을 이유로 모든 예산을 손에 쥐려고 하는데 이는 부처 이기주의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실탄(예산)과 허가권(규제)이 만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과학계 관계자는 “과학계가 수차례 지적한 문제가 새 정부에서 수용됐고, 대통령의 의지도 재확인됐다”면서 “예산을 독립 운영하면서 재정 투입 효과를 중시하는 연구 풍토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국정기획위가 보고한 5개년 계획에는 문재인 정부가 우선 추진할 5대 국정 목표, 20대 국정 운영 전략, 100대 국정 운영 과제 등이 담겼다. 발표장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황찬현 감사원장 등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 등 180여명이 참석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