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정부 '첫 돌'을 놓았으니

19일 문재인 정부 마스터플랜이 193쪽 보고서로 나왔다. 5대 국정 목표, 20대 국정 전략, 분야별 100대 국정 과제로 추려졌다. 앞으로 58개월 동안 대한민국이 나아갈 항법 지도 역할을 할 것이다.

바둑 애호가인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첫 돌을 놓은 셈이다. 지난 5월 10일 대통령 당선과 함께 이뤄진 취임·임기 시작은 어찌 보면 이 첫 돌을 언제 어디에 놓을지 고민한 시간이다.

100대 과제로 다듬어진 내용을 훑다 보면 유난히 '사람' '정의' '혁신'이란 단어가 도드라진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국정 3대 키워드라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이 단어의 의미는 앞으로 놓일 돌과 각종 국가 정책에 스며들어 국정 철학 기반이 될 것이다.

'사람'은 100대 국정 과제의 최종 종착지이자 목적이다. 사람이 주인인 나라와 행정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마스터플랜 전체를 관통한다. '정의'는 이제까지 바로잡지 못한 불행의 역사에 대한 종언이자 새로운 나라의 기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정의롭지 않은 어떤 절차나 결과도 이 정부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했다. 마지막 '혁신'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방법이다. 기업이든 산업이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찾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마침 대통령이 첫 돌을 놓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제별 책임 의원을 지정, 최종 완성까지 공동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훈수만 두는 게 아니라 다음 수까지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내 결국 승리하는 판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좋은 출발이다.

첫 돌을 시작으로 100개 이상 돌이 놓여도 승패를 예단할 수 없다. 지난한 작업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첫 돌을 시작으로 58개월 뒤 개가할 때까지 잊지 말아야 할 고언이 있다. 바로 신물경속(愼勿輕速)이다. 절대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대처하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승리를 위한다면 서두를 것이요, 국민의 승리를 원한다면 신중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일자리상황판을 설명하고 있다. <전자신문 DB>
문재인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일자리상황판을 설명하고 있다. <전자신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