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비리에 사드까지...신동빈 글로벌 면세 1위 사업자 꿈 '삐걱'

관세청비리에 사드까지...신동빈 글로벌 면세 1위 사업자 꿈 '삐걱'

“롯데면세점은 세계 3위의 면세 사업자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35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결과입니다.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5년 9월 국정감사와 10월 인천공항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 준공식에서 “'서비스업의 삼성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밝힌 포부다.

잠실 월드타워면세점 특허권 선정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뇌물(70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한시름 덜었다. 청와대 지시로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발급을 결정한 시점이 신 회장의 박 전 대통령 독대 시기보다 앞섰다는 감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감사결과 대로라면 박 전 대통령 독대 이후 면세점 추가사업자 선정이 결정됐고 이에 대한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롯데그룹 측은 감사원 발표 이후 “2016년 4월 발표된 신규 면세점 입찰 공고는 이른바 3월 대통령 독대 이전에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적극 해명했다.

관세청비리에 사드까지...신동빈 글로벌 면세 1위 사업자 꿈 '삐걱'

감사원 발표로 신 회장은 관련 의혹을 털게 됐지만 면세사업 관련 의혹으로 인해 잃은 것이 많다는 평가다.

글로벌 면세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 최신호는 롯데면세점 작년 매출 47억7000만유로(약 6조770억원)로 기존 2위 미국 DFS를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신 회장이 면세점 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힌 이후 2년 간 롯데면세점은 미국 DFS를 제치고 스위스 듀프리에 이어 글로벌 면세점 시장 2위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1위와의 격차는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다.

향후 상황도 녹록치 않다. 롯데가 월드타워점 특허를 재획득한 지난해 추가 특허 문제점이 밝혀지면서 정당성 논란이 거세다. 또한 감사원이 1, 2차 입찰에 이어 이번 감사에서 제외됐던 3차 입찰 심사과정도 추가 감사에 착수했다. 정치권에서 국정조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세청은 부당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특허를 취소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3차 입찰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나 롯데가 특허 취소 사태에 휘말릴 경우 면세점 사업은 물론 신 회장의 재판과 호텔롯데 상장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에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사업권 만료도 앞두고 있다. 관세청은 이 달안에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지만 특허권 비리 사태로 인해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공고 지연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코엑스점 이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으로 인해 피해가 본격화된 올해 3월 이후 국내 주요 면세점 업체들 매출은 전년대비 20~30% 감소했으며 롯데면세점은 2분기 영업적자까지 우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청의 면세점 비리로 인해 신 회장의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 꿈이 상당 부분 타격을 받았다”며 “하지만 신 회장의 면세사업 의지가 워낙 강해 상황이 정리된 뒤 다시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