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팬택이 잊지 말아야 할 것

최재필 전자신문 통신방송부 기자.
최재필 전자신문 통신방송부 기자.

팬택이 또 한 번 기로에 섰다. 다음 달까지 앞으로의 사업 방향에 대한 세부 계획을 수립한다. 정준 대표를 비롯한 투자자 모두가 머리를 맞댄다. 스마트폰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면 당분간 사업 영역에서 배제하겠다는 각오다. 사물인터넷(IoT) 사업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팬택은 휴대폰으로 성장한 회사다. 앞으로도 휴대폰 사업을 완전히 접을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 방향을 다시 모색하는 것도 대기업과 맞서기 위해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사업 자금 확보도 중요하다.

팬택 특허를 매각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팬택을 인수한 쏠리드가 '특허 먹튀'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팬택 기술이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가뜩이나 기업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로 기술을 내보내는 게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정보기술(IT)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기술을 제때 활용하지 못하면 쓸모없는 휴지조각이 된다. 당장 스마트폰을 만들지 않는 팬택 입장에서는 특허 사업화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팬택 경영진이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고비를 넘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순 있다 하더라도 팬택을 인수한 원래의 목적을 잊으면 안 된다.

'벤처 신화' 팬택의 부활을 꿈꾸며 기사회생에 적극 나선 것이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을 것으로 믿는다. 국내 스마트폰 2위에 오른 팬택의 저력을 재현하는 건 오롯이 그들 손에 달렸다. 특허 사업화에 그쳐선 안 된다.

팬택은 2015년 5월 26일 기업회생 절차 폐지를 신청하면서 본지에 1200명의 임직원 이름을 실은 광고를 냈다. 광고에는 '창의와 열정을 멈추지 않고, 팬택을 사랑해 준 모든 분들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담았다. 지금도 그 약속이 유효할 것으로 믿는다. 어디에선가 묵묵히 응원하고 있을 1200명의 팬택 임직원은 친정이 부끄럽지 않은 길을 걷길 바라고 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