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활에 부쳐

9년 하고도 5개월.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부처에서 사라졌다가 부활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에 집권하면서 과학기술부를 교육부에 붙여 사실상 부속 부처로 전락시켰다. 정보통신부는 아예 산산조각 냈다. 그리고 이는 박근혜 정부 때도 이어져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명칭은 온데간데없이 미래창조과학부로 운영됐다. '과학'은 부처 명칭 맨 뒤에 군더더기처럼 붙었고, 줄임말에는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두 차례 대통령으로부터 버림받은 두 부처를 부활시키면서 아예 거대 통합 부처로 만들었다. 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차관이 3명이나 앉는다. 3차관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국무회의에도 배석한다.

과학기술부 부활이야 어차피 대통령 공약 사항이었으니 지켜지는 순서가 맞다 하더라도 이젠 완전히 부처 역사에선 사라질 것 같기만 하던 '정보통신'도 당당히 부처 명칭에 붙었다. 이쯤 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부처이고, 성패를 가늠할 간판 부처임이 분명해진다.

그러나 이렇게 큰 거대 부처의 부활을 놓고 걱정 또한 커진 것이 사실이다. 19일 발표된 국정100대 과제에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과제는 그야말로 구색 맞추기로 끼었을 뿐이다. 관련 기술·산업 성장을 위한 비전이나 육성 전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목표가 없는 거대 부처의 부활을 막무가내로 축하할 수 없는 이유다.
또 하나. 이전 부처 개편 경험에서 확인했듯 부처의 힘은 덩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예산에서 나온다. 거대 부처를 만들었으면 그 목적에 맞게 예산을 짜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까지 줘야 한다. 역할만 주고 예산은 기획재정부에 그대로 둔다면 개편 목적은 절대 달성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의지대로 과학기술 부문의 연구개발(R&D) 예산 편성·집행권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주어져야 한다.

이진호(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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