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세그윗2x' 지지율 90%... "체인 분열 가능성 낮아"

비트코인 분열에 대한 우려가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 인프라를 지탱하는 채굴업계 90%이상이 업데이트 방식에 의견일치를 보면서다. 175만원까지 폭락했던 거래가격은 300만원대로 회복했다. 대장주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이 다시 안정세를 띄면서 가상통화 생태계 전반의 불확실성도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23일 중국 비트코인 채굴업계와 블록체인 모니터링업체 코인댄스 등에 따르면 세계 각국 주요 비트코인 채굴조합(Pool) 90.3%는 '세그윗2x(SegWit2x)' 방식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당초 80%이상 합의가 조건으로 제시됐던 만큼 7월 마지막 주 업데이트 소프트웨어 배포가 이뤄지고 8월 1일부터 소프트포크를 실행, 일주일 테스트 기간을 거친 후 공식 활성화될 예정이다.

업데이트 방식 별 채굴풀 지지 현황(자료:코인댄스)
업데이트 방식 별 채굴풀 지지 현황(자료:코인댄스)

비트코인은 최근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코인 전송지연을 비롯한 각종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조직인 비트코인재단이 올해 초 비트코인 블록 내 서명 분리 처리로 연산 효율을 일부 향상하는 '세그윗(BIP141)' 업그레이드를 제시했으나 전체 채굴 연산력 80%를 차지하는 중국 채굴업계 반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BIP141이 중국산 비트코인 전문 채굴장비 성능을 30%이상 높이는 '에이식(ASIC) 부스트'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후 디지털큐렌시그룹이 5월경 기존 채굴 장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6개월 이내에 블록 당 연산 크기를 2메가바이트(MB)로 하드포크 하는 세그윗2x를 제안했다.

업데이트 방식을 두고 갈등 양상이 커지면서 비트코인 분열 우려가 커졌으나 6월 뉴욕에서 열린 블록체인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왕'으로 불리는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가 세그윗2x 지지를 선언, 중국 채굴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의견 결집이 이뤄졌다. 일명 '뉴욕합의(NYA)'다.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가 운영하는 '앤트풀(AntPool)'은 지난 일주일간 전 세계에서 채굴된 비트코인의 23%를 차지한다.

비트메인 앤트마이너S9
비트메인 앤트마이너S9

이번 사태는 비트코인 생태계 주도권을 쥔 '채굴업자'의 영향력을 재확인하게 됐다.

초기에는 개인 PC수준으로도 비트코인 채굴이 가능했다. 하지만 총 유통량과 거래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현재는 채굴용으로 설계된 반도체 칩이 수백개씩 탑재된 전용장비가 아니면 사실상 채굴이 불가능하다.

중국 비트코인 채굴공장 내부 전경. 전용 채굴장비 수천대가 24시간 쉬지않고 가동된다.(사진:김익환 코인네스트 대표 제공)
중국 비트코인 채굴공장 내부 전경. 전용 채굴장비 수천대가 24시간 쉬지않고 가동된다.(사진:김익환 코인네스트 대표 제공)
중국 비트코인 채굴공장 외부 전경
중국 비트코인 채굴공장 외부 전경

최근 비트코인 채굴 산업은 대규모 채굴공장과 채굴업자 조합인 '풀'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낮은 비용으로 전력 수급이 쉬운 중국 사천 지역 등에 자체 수력발전 설비와 전용 채굴장비 1000대~1만대를 설치한 대형 채굴공장 등이 대거 들어섰다. 풀은 이런 채굴공장과 채굴업자가 모인 조합으로 회원 연산력을 한데모아 비트코인을 공동으로 채굴하고 비율에 따라 나눠 갖는다.

대형 풀이 어떤 방식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비트코인 생태계를 떠받치는 블록체인 인프라의 기술 방향성이 결정된다. 채굴업계 여론이 특정 업데이트 방식으로 결집 되지 않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최종 선택했을 때, 소위 비트코인 분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채굴사업을 하는 김익환 코인네스트 대표는 “채굴업자도 철저히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90% 이상 의견 결집으로 대세가 굳어진 상황을 대부분 따를 것”이라며 “10% 미만 소수 채굴업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노선을 걷는다 할지라도 판세에 영향을 줄 정도의 '분열'이라기보다는 신생 코인이 독립된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굴풀별 최근 일주일간 비트코인 채굴 비중(자료:코인댄스)
채굴풀별 최근 일주일간 비트코인 채굴 비중(자료:코인댄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