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과학기술정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시각

1986년 2월 삼성그룹 비서실은 '1986년도 주요 경제부처 업무계획' 요약 보고서(450부)를 만들어 대외비로 그룹 내에 배포했다. 이 보고서를 필자가 30년 넘게 갖고 있는 것은 다음 몇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1986년은 82년부터 시작한 경제사회발전 제5차 5개년 개발계획이 끝나고 제6차 계획을 수립하는 해였다. 그런 만큼 정부부처들이 어느 때보다 공을 들여 업무계획을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둘째, 삼성이란 한국의 대표 그룹이 정부 부처 정책을 얼마나 꼼꼼히 파악하고, 판단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고서 목차는 경제기획원, 재무부, 한국은행, 은행감독원, 한국산업은행, 상공부, 건설부, 동력자원부, 과학기술처 순으로 돼있다. 셋째, 이 보고서 전후로 삼성그룹이 어떻게 행동을 했는지 파악하고 싶었던 것도 한 이유다. 1985년 삼성은 정보통신시대가 도래했음을 직감하고 삼성데이타시스템(삼성SDS 전신)을 설립한다. 1986년 삼성경제연구소를, 87년에 그룹의 연구개발(R&D) 허브로 삼성종합기술원을 설립한다.

첫번째 항목의 경제기획원의 주요 업무 계획은 제6차 경제사회발전5개년계획 수립, 경제활력 제고를 통한 성장달성과 고용안정, 물가안정기조 지속, 국제수지 균형달성, 공정거래제도 정착을 통한 시장경제 창달 등을 포함한 10개 항목으로 돼 있다. 특히 제6차 경제사회발전5개년계획은 경제 도약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 방안이 담겨 있었다.

1986년 5월 과학기술처 출입기자들이 한국과학재단의 연구프로젝트로 작성한 '1980년대 과학기술정책의 분석 및 전망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도 필자가 아끼는 도서 목록 중 하나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1980∼1985년간 기술 드라이브 정책이 펼쳐져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배경에는 최고통치자가 주재하는 범국가적인 '기술진흥 확대회의'와 이를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대통령 소속의 '기술진흥 심의회의'라는 강력한 메카니즘, 주무장관과 정책입안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기술개발에 대한 기업의 의지 등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 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등 5개 국정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5대 국정목표 별로 100대 국정과제도 밝히고 있다. 담긴 내용이 '국민적 언어'로 표현돼 친숙한 느낌이다. 개발 드라이브 시대의 상의하달 문화에서 벗어나 소통하고 협력하는 수평문화를 중요시 하는 문재인 대통령 의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심각해진 격차 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민생 정책을 많이 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경제 도약을 위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강력한 과학연구와 기술정책 드라이브가 1980년 중반이후 한국경제 도약의 원동력 역할을 했다는 점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연구와 기술정책이 한층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로 풀어야 할 사회적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연구와 기술혁신 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는 것으로 일단 평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설치해 예산 권한을 부여한다는 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정부출연연구기관 활성화 대책이 자리 잡는다면 과학기술혁신정책은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조직법개편안도 국회에서 마침내 통과됨으로써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정부의 정책 대응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산업부를 아우르면서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립·실행하기 위한 체제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가시화하는 제4차 산업혁명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큰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본격적인 정책 실행을 기대해 본다.

[곽재원의 Now&Future]과학기술정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시각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