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디스플레이, 롤 전사로 1만 배 빨리…늘어나는 디스플레이 '성큼'

국내 연구진이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제작 속도를 1만 배 향상시킨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한다. 늘어나는(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등 신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천홍)은 나노응용역학연구실 연구팀이 롤 전사를 이용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제조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기계연은 국내 중견기업 루멘스 등 6개 기업에 관련 기술을 이전했다.

김재현 기계연 나노응용역학연구실장이 롤 전사 공정 장비로 제작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김재현 기계연 나노응용역학연구실장이 롤 전사 공정 장비로 제작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마이크로 LED는 한 변의 길이가 100㎛ 이하인 초소형 LED다. 이 LED를 화소(픽셀)로 활용한 'LED 디스플레이'는 신뢰성이 높고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형할 수 있다. 단결정 무기물 디스플레이여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보다 발광 효율이 3배 좋다. 전력 소모는 절반 수준이다.

높은 생산단가, 낮은 수율이 극복 과제였다. 기계연이 원천 특허를 보유한 롤 전사 공정은 LED 디스플레이 생산 속도를 1만 배 높인다.

롤 기반 전사 공정 모식도
롤 기반 전사 공정 모식도

롤에 잉크를 묻히듯 박막트랜지스터(TFT)를 들어올려 기판에 내린다. 다시 LED 소자를 들어올려 TFT가 배치된 기판에 내려놓으면 두 소자가 결합된 능동매트릭스형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가 완성된다.

이렇게 하면 제작 단계가 줄어 초당 1만여 개 LED를 전사할 수 있다. 기존 다이본더 장비는 초당 1~10개 LED를 부착했다. 풀HD급 100인치 사이니지를 제작할 때 30일 이상이 걸렸다. 롤 전사 공정으로는 1시간 안에 제작한다.

기계연은 루멘스에 '롤 전사를 이용한 디지털 사이니지 제조 장비·공정 기술'을 이전했다. 루멘스가 이 기술을 적용한 양산 라인을 구축하면 우리나라가 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마이크로 LED 시장이 올해 2억5000만 달러 규모에서 2025년 199억2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 평균 성장률이 54.7%다. 이 중 디스플레이 분야가 2025년 전체 98%를 차지한다.

김재현 기계연 나노응용역학연구실장은 “정보 유통이 급증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빠른 디스플레이, 형태 변화가 가능한 신축성 디스플레이, 전력 소모가 적은 초고해상도 증강현실용 투명 디스플레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성욱 기계연 연구원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롤 전사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윤성욱 기계연 연구원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롤 전사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묶음예산 지원으로 수행됐다. 기계연은 생산 장비를 포함한 공정 시스템 일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배재웅 미래부 연구성과정책관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 발전에 따라 디스플레이 시장에도 신기술이 계속 요구되고 있다”면서 “연구실에 머물던 나노기술이 첨단 산업을 개척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