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고리 공론委에 주는 정부 신호 자제해야

24일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가 90일 동안의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장 1명과 4개 분야 2명씩 총 9명으로 가동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완전 중단(탈원전 찬성)쪽과 공사 재개(탈원전 반대) 진영 각 4명과 위원장 1명으로 구성된다고 보면 된다.

공론화위원회는 활동 기간 내 시민배심원단을 어떻게 몇 명이나 구성할지를 정한다. 위원회가 최종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시민배심원단이 최종 결론을 내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어느 쪽이든 그 결과를 따르기로 했다. 공론화위는 공정한 논의 진행과 관리를 맡고 최종 결론은 시민배심원단이 내린다. 이를테면 시민참여 재판에서 공론화위는 재판부 격이고 최종 판결은 시민배심원이 내리는 격이다.

그런데 공론화위가 출범하기도 전에 우려스러운 광경이 연출됐다. 문 대통령이 21일 “월성1호기도 중단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나 23일 원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백운규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탈원전과 탈석탄을 통해 에너지 패러다임 대전환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것 등이다.

공론화위가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 폐쇄 때부터 줄곧 지적받아 온 비전문성, 정부통제력 문제를 고려한다면 이는 자꾸만 논란을 키우는 일이다. 공론화위에 맡기겠다고 했으면 맡겨 놓고 독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게 좋다.

공론화위 내에도 편향성 시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찬·반 어느 쪽이 논의 자체를 제척할 기능이 있다. 한쪽이 배제된 채 도출된 결론은 그만큼 정당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공론화위가 출범하기도 전에 정해진 절차를 밟듯 청와대와 주무 부처가 나서서 부담을 키울 일이 아니다. 이는 나중에 어떤 결론이 나든 반대 진영의 거부 논리로 작용해 청와대엔 엄청난 국정 부담, 담당 부처엔 행정 부담 화살로 각각 되돌아올 수 있다.
공론화위가 치열한 논쟁과 엄정한 여론 검토를 통해 독자 판단을 할 수 있는 자율권은 보장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 참석해 아이들과 기념 촬영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 참석해 아이들과 기념 촬영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