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빠른 추격자'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량 4배↑ 공격투자

충남 서산오토밸리. 이곳에 7만평 규모의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이다. 기아차 레이, 소울, 니로, 현대차 아이오닉, 독일 다임러 AMG e-SLS 등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생산한다.

지난 25일 방문한 이곳에서는 33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도 제2 공장동 건설이 한창이었다. 올해 1월 터파기를 시작한 신규 공장은 62%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 시작될 유럽향 물량 공급 개시 시점에 맞추기 위해 바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잇따라 발표된 제2 공장동 신설과 4, 5, 6호 생산라인 추가 증설 계획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을 기존보다 네 배나 끌어올리는 과감한 투자다. 업계의 주목과 우려를 함께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서산 제2공장동 증설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서산 제2공장동 증설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2011년 0.3GWh의 생산능력으로 가동을 시작한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은 2012년 2호기, 지난해 9월 3호기 증설을 완료하면서 현재 1.1GWh 생산규모를 갖췄다. 전기차 소울 기준으로 연간 4만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내년 상반기 공장 증설을 완료하고 가동을 시작하면 생산능력이 현재의 약 네 배 수준인 3.9GWh로 늘어난다. 연간 14만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선다.

생산능력을 단 번에 네 배 끌어올리는 것은 과감한 투자 결단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선(先) 수주, 후(後) 증설' 정책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SK이노베이션은 신규 설비를 포함해 모든 설비 100% 가동을 기준으로 2023년까지 향후 7년간 서산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모두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할 수 있도록 이미 수주 물량을 확보해놓았다. 최근 경쟁사들이 중국 보조금 이슈 등 예상치 못한 경영환경 변화로 생산설비를 정상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선 수주, 후 증설 계획은 안정적인 사업 확장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지난해 25GWh에서 2020년 110GWh로, 다시 2025년에는 350G~1000GWh로 초고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에 대비해 추가적인 증설 투자도 검토 중이다. 유럽 내 생산기지 구축을 위해 현재 입지조건을 검토 중으로 늦어도 내년 초까지 부지 선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 진입 가능성도 계속 엿보고 있다. 서산 공장 내에도 추가 공장 증설이 가능한 유휴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에는 글로벌 생산능력을 10GWh에서 최대 20GWh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경쟁사들의 현재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30% 점유율 달성이라는 목표도 세워놓은 상태다.

생산능력 증가와 함께 생산성 향상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서산 공장은 전극부터 팩 완제품까지 일괄 생산체계를 구축해놓고 있는데, 완전 자동화 라인으로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고 고객이 요구하는 다양한 셀 모델에 대해 대응이 가능하도록 유연한 생산 방식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고 있는 엔지니어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고 있는 엔지니어 (사진=SK이노베이션)

신규 공장은 주요 공정에 스마트팩토리 개념을 적용시켜 생산성을 더욱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많은 부분이 수동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검사 자동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컴퓨터를 통해 이뤄지는 비전 검사에 머신러닝을 접목해 반제품 형태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잡아낼 수 있는 실시간 검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양품률 96% 이상이 목표다.

김태현 SK이노베이션 배터리생산지원팀장은 “현재 검사 영역은 100% 자동화가 어렵지만 머신러닝을 접목하면 이미지 데이터가 쌓일수록 불량 검출률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63가지 검사 항목에 대해 모두 자동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거리 주행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셀 밀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도 개발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까지 한 번 충전으로 500㎞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2020년에는 700㎞까지 갈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한다. 이를 위해 소재 기술 측면에서는 부품 공급사와 함께 니켈 함량이 높은 양극재 기술을 개발하고, 공정 기술 면에서는 SK가 보유한 필름 가공 노하우를 활용해 전극 공정의 핵심인 코팅 기술을 고도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산(충남)=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