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배심원제 원점서 재검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시민배심원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공론조사 전문가들이 공론조사와 시민배심원제 성격이 서로 다르다고 지적한데 따른 것이다. 공론화위원회는 1차 여론조사 이후 응답자 중 실제 공론조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모아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회의 후 브리핑을 갖고 시민배심원제 재검토와 설문조사 계획 등을 밝혔다. 위원회는 2차 회의에서 사전조사인 1차 조사의 기본방향을 논의하고 표본규모와 조사설계방안 등을 심의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24일 출범 직후 1차 회의때만해도 시민배심원단 결정권을 언급했다. 정부가 처음 공론화를 제안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민배심원단이 공사 재개 혹은 영구 중단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국무회의에 보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3일만에 열린 2차 회의 직후 시민배심원단 존폐는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시민배심원제가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2차 회의 직전 가진 갈등해결분야 전문가 간담회 영향이 컸다. 간담회에서 공론조사 분야 전문가인 이준응 서울대 교수는 시민배심원제와 공론조사가 서로 다른 시민참여 방법으로 혼동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학린 단국대 교수도 공론화가 의견조사 또는 상호 의견을 접근시키려는 합의 형성이 목적으로 찬반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민배심원단이 찬반을 결정하는 것이라면, 공론조사는 찬반은 물론이고 상호 합의에 따른 다른 조건부 선택도 가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일단 시민배심원단이라는 용어와 관련해 입장을 다시 정리할 때까지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시민배심원단의 대체 여부와 의견 수렴 및 결과 전달 과정 등을 원점부터 재논의해서 공론화 자체를 다시 설계할 예정이다.

국민적 의사를 파악하기 위한 1차 여론조사는 8월 중 2만여명 내외 규모로 진행하기로 했다. 휴대전화와 집전화를 혼합 사용한 무작위 방식이다. 이 중에서 실제 공론조사에 참여하는 시민을 선정하며 공론조사 목표 참여자 수는 350명 내외 정도다. 세부 일정과 문항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1차 여론조사에서 실제 공론조사 참여 의사를 물어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 문항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외에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의사를 물어보는 문항을 포함시킬지 여부는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공론화위원회가 시민배심원제에 대한 재검토를 시사하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찬반 이 외에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처럼 국민 의견 수렴을 통해 권고안을 도출하고, 이를 전달해 최종 결정은 정부가 내리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 공론화에 참여하는 350여명이 배심원단을 대신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희진 공론화위원회 대변인은 “공론화는 찬반이 아니라 의견 접근을 통한 선택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며 “시민배심원단 유무를 재검토하고 국민들이 다양한 주장을 쉽고 정확하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행사를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다음달 1일 한국갈등학회가 주관하는 '공론화 관련 전문가 토론회' 후원한다. 토론회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