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인공위성 관제시스템 수출 가능성 높였다...ETRI, 무인이동체시스템연구그룹 개발 성과에 고무

“우리 기술로 만든 상업용 인공위성 지상관제시스템이 무궁화위성 7호에서 기능과 안정성을 입증했습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초석을 다졌습니다. 이제 우주 강국으로 가는 첫걸음을 떼었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무인이동체시스템연구그룹이 고무됐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국산화한 인공위성 지상관제시스템 기술이 대내외에서 인정을 받은 때문이다. 바로 지난 5월 5일 발사한 정지궤도 통신방송위성 '무궁화위성 7호'에 탑재한 지상관제시스템이다. 무궁화위성 7호가 정상궤도에 안착한 6월 6일 이후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났다. 인공위성 지상관제시스템은 초기 한 달 동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기능과 안전성을 인정받는다.

이병선 ETRI 무선이동체시스템연구그룹장, 김태희 책임연구원, 황유라 책임연구원, 정철오 책임연구원, 이수전 선임연구원, 김인준 책임연구원(왼쪽부터 시계방향)이 인공위성 관제시스템 개발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이병선 ETRI 무선이동체시스템연구그룹장, 김태희 책임연구원, 황유라 책임연구원, 정철오 책임연구원, 이수전 선임연구원, 김인준 책임연구원(왼쪽부터 시계방향)이 인공위성 관제시스템 개발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이병선 그룹장은 “잔뜩 긴장하고 기다렸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 걱정거리가 눈 녹듯 사라졌다”면서 “그동안 겪은 고생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 마음이 후련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이 그룹장을 비롯한 무인이동체시스템연구그릅 구성원들은 하고 싶은 뒷얘기도 많았다. 그만큼 인공위성 지상관제시스템을 개발하면서 겪은 우여곡절이 많은 때문이다.

위성체를 개발한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TAS)가 있는 프랑스 칸과 관제소가 있는 용인을 오가며 유랑민과 같은 생활을 하는 것도 벌써 이골이 났다. 김인준 책임연구원과 이수전 선임연구원은 인근 모텔에 'VIP 고객'으로 이름이 올라 있을 정도로 출장이 많았다.

외부에서 보내오는 기술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버거웠다. TAS는 관제시스템을 개발하는 중간에 두 번이나 기술 검증을 요구했다. 황유라 책임연구원은 “KTSAT은 우리를 믿고 물심양면으로 도왔지만 이런 외부의 의심을 떨쳐내는 것이 더 어려웠다”면서 “결국은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더욱 연구에 몰두했다”고 회상했다.

무궁화위성 7호는 총 33기의 Ku(14~16㎓) 및 Ka(20~30㎓)대역 통신 중계기를 탑재했다.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일부까지 아우르는 통신방송 서비스가 가능하다. 복잡하고 고도화된 관제시스템이 필요하다. 관제시스템에는 위성 상태를 원격 감시·운용하는 실시간 서브시스템(RTS), 위성 궤도를 유지시키는 비행역학 서브시스템(FDS), 지상장비 감시 및 제어 서브시스템(TTC M&C)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됐다.

상업용 정지궤도 위성 관제시스템을 처음으로 국산화한 쾌거였다. 그만큼 시스템 운용 및 유지보수가 간편하다. 우리 힘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고무적인 성과다.

실제 ETRI는 이 관제시스템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이 그룹장은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이 독점해 온 위성 관제시스템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면서 “KTSAT과 함께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궁화위성 7호를 통해 얻은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우리의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