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이인덕 로쿱 대표 "우주기지에서 쓸 3D 프린터 제작이 목표"

이인덕 로쿱 대표
이인덕 로쿱 대표

“달과 화성에서도 사용할 3D 프린터를 만드는 것이 로쿱의 목표입니다. 그곳에서는 적은 재료로 우주기지를 지어야하니 3D 프린터가 꼭 필요할 겁니다.”

이인덕 로쿱 대표는 조금 황당하지만 야심찬 계획을 목표로 제시했다. 우주개발에 필요한 3D 프린터를 만들겠다는 비전이다.

로쿱이 우주기지용 3D 프린터 개발을 꿈꾸는 데는 사연이 있다.

로쿱은 대표와 직원이 모두 우주를 연구한 이학박사 출신이다. 공동대표인 임여명 대표는 달탐사 탑재체 개발에 참여했었다. 임 대표가 있던 KAIST 연구실에선 과학위성1호와 나로호 등이 실어나른 위성 탑재체를 개발했다. 임 대표는 이곳에서 혜성 분광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인덕 대표와 전이슬 매니저는 대학원 같은 연구실에서 '퀘이사'를 연구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각각 퀘이사 발견과 거대질량 블랙홀이 별을 삼키는 순간을 포착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이 대표는 가스먼지가 쌓인 은하 속에서 퀘이사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유명세를 탔다. 제대로 된 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천문학 불모지에서 일궈낸 성과다.

이 대표와 임 대표는 과학계에서 만나 사업을 결심했다. 두 사람을 이어준 것은 우주 연구였지만 사업을 함께 하게 된 동기는 사회에 대한 관심이었다. 인간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같이 고민했고 2014년 두 사람은 사업을 같이 하기로 결심했다.

두 과학자가 사업을 결심하고 2년여만에 내놓은 게 3D 프린터 로쿱 와이(Y)다.

두 사람은 기존 3D 프린터에서 모터의 운동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점을 발견했다. 모터의 운동을 레일로 전달하면서 잦은 마찰이 발생하고 주요 부품 마모가 빨라졌다. 상하좌우로 레일을 따라 프린터 핵심 부품이 움직이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한 것이 레일이 없는 3D 프린터다. 직선운동 없이 모터 회전운동을 그대로 3D프린터에 적용한 것이다. 여기에는 두 사람이 만든 전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녹아들었다.

이 대표는 “로쿱Y에 우주의 신비를 푸는 어려운 수학이나 과학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과학적인 방법론과 수학이 없었다면 로쿱Y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로쿱Y는 지난해말부터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에 내놓으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핵심 부품 마모가 적다는 사용자 반응이 주를 이뤘다.

국내 3D 프린터 시장이 좁다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은 상대적으로 성인들 여유시간이 많고 차고 문화가 발달해 개인 3D 프린터 수요도 많지만 국내에선 기업용이 주를 이룬다”면서 “결국 3D 프린터 제작은 해외 수출이 답”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제품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사업상 제품 아이디어를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새롭게 내놓을 제품은 어른이 즐길 수 있는 키덜트용 3D 프린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