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설법인 사상 최대의 이면도 보자

올해 상반기의 신설 법인 수가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의 신설 법인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 4만9424개였다.

벤처·닷컴 열풍이 뜨겁던 2000년 상반기 이래 17년 만에 가장 많은 수다. 올해 연간 신설 법인 수도 직전 최고 기록인 지난해의 9만6155개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새 정부 출범 효과에 중소·벤처기업을 전담하는 부처까지 승격됐으니 신규 법인 설립과 창업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양호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더욱이 지금까지는 불안한 정책으로 말미암아 신재생에너지, 규제로 막혀 있던 첨단 신기술 분야의 창업이 활기를 띠었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며칠 전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내놓은 영세 자영업자 감소 추이를 보면 늘어 가는 신설 법인 수를 마냥 반길 일은 아닌 듯하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영세 자영업자가 1만9000명이나 감소했다. 물론 신설 법인은 법인 형태고 소상공인은 개인 또는 개인사업자란 차이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 면에서 법인이 소상공인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역할을 하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양쪽 모두 정부의 기업 정책에 의해 흥망이 좌지우지되는 특성은 똑같다 할 수 있다.

신설 법인은 느는데 지속 법인 비율은 떨어진다든가 창업은 느는데 폐업 수도 동반 상승한다든가 한다면 분명히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어느 한쪽을 부풀린다고 해서 반드시 우리 경제에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설 법인과 창업은 좀 천천히 늘더라도 지속 법인과 3~5년 생존 벤처가 많아지는 것이 우리 경제엔 훨씬 더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것을 위해 부로 승격된 중소벤처기업부가 혼신의 힘을 더 쏟아야 한다. 기업 정책은 숫자보다 내용이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 신설법인 반기별 추이.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우리나라 신설법인 반기별 추이. (자료:중소벤처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