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T 기업과 BEPS 프로젝트

한성수 법무법인 양재 BEPS 담당 변호사
한성수 법무법인 양재 BEPS 담당 변호사

정보기술(IT) 도움으로 지구촌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국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군사력을 동원해 통상하던 중상주의 시대와 달리 이제는 통상과 관련한 국가 간 장벽이 완전히 없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IT는 더욱더 그렇다.

구글은 2011년 영국에서 5조4000억원의 매출을 시현하고 법인세 100억원을 납부했다. 영국 구글이 아일랜드 구글에 상당히 많은 특허권 사용료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매출액 대비 세금 납부 비율은 0.2%에도 못 미쳤다. 영국 과세 당국은 이를 국제 쟁점으로 삼았다. 그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세원 잠식 및 소득 이전(BEPS)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조세 회피를 차단하기 위한 BEPS 프로젝트가 전 세계 차원으로 시행되고 있다.

기술 개발이 핵심인 IT 산업에서 연구개발(R&D) 활동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R&D 결과물인 무형자산은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이 다소 용이하기 때문에 종종 관계 회사 간 무형자산(특허권) 매매 행위가 발생한다. 특히 세율이 낮고 거주지 국가 과세 원칙의 조세 조약이 있는 국가로 무형자산을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

구글도 미국에서 개발한 무형자산을 아일랜드 구글에 판매·이전하고 이 무형자산을 사용하는 관계 회사가 아일랜드 구글에 사용료를 지급하는 거래 구조를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 사건에 이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해 8월 30일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 16조원에 이르는 부당한 세금 혜택을 허용했다며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로부터 이 금액을 징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다국적기업에 좋지 않은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두 회사가 모두 IT 회사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가 IT 회사 국제 거래에 대해 앞으로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OECD는 BEP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5월 23일 가치 측정이 어려운 무형자산에 대한 공개토론 초안(액션 8)을 발표했다. 액션 8은 그룹 관계사가 '가치 측정이 어려운 무형자산'(HTVI) 거래로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이 지침은 과세 당국이 세무 조사 때 이미 완료된 관계 회사 간 무형자산 이전 가격 거래에 대한 거래 이후 연도 상황을 판단, 당초 거래의 부당성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납세자는 과세 당국이 이전 가격 거래가 부당했다는 추정을 할 경우 해당 거래가 발생한 시기에 이전 가격이 적정했음을 입증함으로써 이 추정을 반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IT 회사 X가 2001년 회계연도(FY)에 아일랜드 소재 관계 회사 Y에 무형자산(특허권)을 1억달러에 판매한 경우 한국 과세 당국은 2005년 FY 소득 상황과 현금 흐름 등 상황을 감안, 2001년 FY 판매 가격이 1억5000만달러였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때 납세자는 1억달러가 정당한 가격이라는 증거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과세 당국의 추정을 반박해야 한다. 무형자산의 가치 측정은 논란의 소지가 많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무형자산 평가는 사용료의 적정성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즉 무형자산이 높게 평가되면 높은 사용료 지급이 정당화될 것이고, 낮게 평가되면 정당화가 어렵게 된다.

과세 당국이 '사후의 상황'에 근거해서 이전 가격 문제를 제기할 경우 납세자는 과세 당국의 추정을 반박할 수 있어야 과세를 면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다국적기업은 관계 회사 간 가치 측정이 어려운 무형자산 거래를 할 때 과세 당국의 사후 검증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갖춰 무형자산과 사용료 거래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한성수 법무법인 양재 BEPS 담당 변호사 sshan@lawy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