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금성 결제, 정책으로 지원해야

최경일 세틀뱅크 대표이사.
최경일 세틀뱅크 대표이사.

김범수 카카오 의사회 의장이 몇 년 전 중국의 모바일 비즈니스 성장이 한국을 넘은 정도가 아니라 '두려움 그 자체'라고 언급했다. 그가 말한 중국 모바일 관련 비즈니스의 핵심에 모바일 온·오프라인연계(O2O) 결제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신용 창출 시장이 경제 발전 속도에 비해 더뎠고, 모바일 통신 발달에 따라 자연스럽게 신용카드 시장을 건너뛰고 모바일 O2O 현금성 결제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그로 인해 O2O 시장에서 부족할 수 있는 신용 부문을 여러 모바일 개인간거래(P2P) 업체가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로 간극을 메우며 발전했다.

중국 결제 시장에서 O2O 현금성 결제 대 신용카드 사용 비율은 7대3 수준으로 현금성 결제가 압도한다. 중국 O2O 결제 시장에서 현금성 결제 비중이 높은 것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은 이유도 있지만 현금 O2O 결제가 가맹점 부담 비용이 다소 적고, 정산 주기도 짧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O2O 현금성 결제가 주류를 이루는 중국의 결제 시장과 신용카드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의 결제 시장을 대비해서 볼 때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가맹점 입장에서 통상 신용카드 대비 O2O 현금성 결제가 1% 이상 저렴하고, 가맹점에 실시간 즉시 입금되거나 정산을 하더라도 영업일 안에 입금되는 등 대금 입금이 빠르다는 점이다. 경기 변동에 따른 신용 위험의 전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과 신용 창출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O2O 현금성 결제 시장의 성장은 계획 지출을 견인하는 동시에 결국 어떤 형식으로든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낮춰 국가 경제의 원활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O2O 결제 시장은 앱투앱 또는 앱인앱 방식의 결제가 스마트폰과 통신 발달로 시스템 구현이 용이해졌으며, 기존의 POS 및 QR코드 등 단말기 결제 정보와도 호환되면서 시장 도입이 쉬워졌다. 특히 중국 관광객(유커)의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한국 내 사용 증가로 한국 내 O2O 결제 시장을 재촉하고 있다.

서울시는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앱투앱 결제를 추진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카카오페이, 페이코, SSG페이 등 O2O 결제 사업자들도 닻을 올리고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현금 충전 방식이 주류인 중국과 달리 한국에선 O2O 결제 속에도 신용카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지난 15년 동안 신용카드 결제가 결제 문화 속에 너무나 확고한 주류로 자리 잡아 왔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부동산 담보 대출 증가에 따른 가계 부채 문제 대책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계 이후 신용카드의 과도한 공급에 의한 카드 대란 사태 때 개인소비자의 신용 위험이 대형 카드사로 전이돼 대규모 카드사 구조 조정을 야기한 적이 있다. 언제든 이전과 같은 가계 신용 위험이 카드사로 전이될 위험성이 잠재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O2O 결제 시장 활성화와 더불어 O2O 현금성 결제 비중(현금성 온·오프라인 결제:신용카드=30:70)을 개선하면 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개별 가계도 더욱 체계화한 지출 관리라는 소비 합리화를 지향할 수 있으며, 가계 부채로부터 촉발될 신용 위험이 금융기관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정부가 인위로 신용카드 수수료를 줄임으로써 카드 사업자의 반발을 사기보다는 O2O 결제 내 현금성 결제에 세제 혜택 등 경제 유인을 고려함으로써 결제 시장 수수료를 인하하는 시장 친화형 방법으로 유도할 수 있다.

O2O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현금 결제로 절약되는 수수료만큼 포인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매출 1%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요즘처럼 매출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 수치는 가맹점에 상당히 큰 비용 절감이다.

우리나라 O2O 결제 시장의 현금성 결제를 현재 비율에서 조금 더 끌어올린다면 국민 경제 전체로 볼 때 수수료 부담 완화라는 경제 이득은 물론 체계화한 지출 관리와 가계 부채의 금융기관 전이를 크게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경일 세틀뱅크 대표이사 kevinkichoi@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