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독일 '탈원전' 준비 경험에 주목해야

베르트 뵈르너 주한 독일대사관 부대사가 2일 우리나라 탈원전 정책에 던진 조언을 한국 정부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뵈르너 부대사는 이날 한국공학한림원 에너지포럼에 나와 “독일 에너지 정책이 단기간 정부 주도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어떤 사회도 하루아침에 기존의 에너지 공급 구조를 포기하고 (다른 에너지원으로) 급격히 전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탈원전은 로마가 그리한 것처럼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전략 선택 뒤엔 끈기 있는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지난한 논의 과정이 있었다.

우리나라와 확연히 다른 것이 바로 '준비'다. 독일은 1990년대부터 신재생에너지에 전략 투자를 해 왔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전력 생산 효율일 때 이미 신재생에너지에 정부 차원의 투자를 키워 왔다. 2002년 8.8%이던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국가 전력 비중은 올해 37.6%로 증가했다. 15년 만에 약 4배 키운 셈이다. 이런 과정에서 2011년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터지자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중지하겠다는 선언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먼저 탈원전부터 선언했다. 레고 블록처럼 갈아 끼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의 국가 전력 비중은 설치된 용량을 다 합쳐도 4%가 채 안된다.

정부가 이전 정부에서 원전에 집중된 전력 생산 구조를 고집해 왔다고 탓하기 이전에 신재생에너지 전략 투자나 기술 개발 지원이 빈약한 점을 먼저 반성하는 것이 순서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자연 친화형의 지속 가능한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육성, 국가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옳다. 그다음 탈원전으로 국가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완성하겠다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맞다.
국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단어는 국가를 가장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는 단어다.

베르트 뵈르네르 주한 독일대사관 부대사는 2일 “독일도 탈원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뵈르네르 부대사가 발표하는 모습.
베르트 뵈르네르 주한 독일대사관 부대사는 2일 “독일도 탈원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뵈르네르 부대사가 발표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