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유전자가위로 인간배아 조작 성공...심장병 유전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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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유전자가위 기술이 인간 배아 유전자를 조작해 선천성 심장병을 예방하는 길을 열었다. 유전자 교정 성공률을 높이고, 외부 디옥시리보핵산(DNA) 없이도 정확하게 목표 유전자를 교정했다. 인간 유전병 치료에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은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연구팀이 슈트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OHSU) 교수팀과 공동으로 인간 배아에서 비후성 심근증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IBS 연구팀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 Cas9)를 제공하고, OHSU 연구팀이 인간배아 유전자를 교정했다. 유전자가위는 특정 DNA를 절단하는 인공 효소로, 이를 이용하면 특정 유전자를 추가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인간배아에 이 기술을 적용해 비후성 심근증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잘라내고, 정상유전자로 대체했다. 유전자가 유전되지 않을 확률이 50%(자연상태)에서 72.4%로 높아졌다.

비후성 심근증은 선천적 유전 요인 때문에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심장 질환이다.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 젊은 나이에 돌연사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구 5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한다.

비후성 심근증 증상과 원인
<비후성 심근증 증상과 원인>

IBS는 유전자가위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IBS 연구팀은 비후성 심근증 유발 유전자만 잘라낼 수 있는 유전자가위를 제공했다. 실험 후 DNA 분석을 통해 유전자가위가 표적 이탈 없이 작동함을 확인했다.

유전자 교정 성공률을 높였다. 기존에는 수정란에 유전자가위를 주입해 교정을 시도했다. 이 경우 한 배아에 교정된 세포와 교정되지 않은 세포가 섞인다. '모자이크 현상'이다. 모자이크 현상이 발생하면 변이가 교정되지 않고 유전된다.

연구팀은 수정되지 않은 난자에 정자와 유전자가위를 동시에 주입했다. 모자이크 현상을 유발하는 단백질 번역 지체 현상을 막았다. 모자이크 현상 없이 배아 내 세포가 100% 교정됐다.

김진수 단장은 “돌연변이를 가진 인간배아에서 유전자가위의 효과와 정확성을 입증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하기 위해 삽입했던 외부 DNA도 필요 없었다. 유전자가위로 돌연변이 유전자를 들어내면 세포 내 정상 유전자가 이를 대체했다. 배아 내 복구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한 것이다. 인간배아 유전자를 교정해보지 않았다면 알아내기 어려웠던 사실이다.

김 단장은 “앞으로 추가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다른 변이 교정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 것”이라면서 “체세포 연구에서는 이 현상이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졌지만 생식세포에서는 효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생명윤리 가이드라인에 맞춰 이뤄졌다. 국내 생명윤리법이 인간배아 연구를 엄격하게 제한하기 때문에 인간배아 실험은 미국 연구팀이 수행했다. 미국은 미래 세대에 영향을 주는 유전질환 관련해서는 연구 목적의 인간배아 실험을 허용한다.

이에 따라 한국 연구팀이 실험에 사용할 유전자가위를 제작·제공하고 미국 연구팀의 실험 후 DNA 분석으로 오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한국 연구팀은 인간배아를 직접 실험하지 않았다. 논문 심사 과정에서 생명윤리 분야 위원으로부터 “생명윤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매우 잘 지켰다”는 평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