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권, 환경 변화 받아들여야

연내 시범 사업을 목표로 추진돼 온 '금융권 공동 블록체인 도입 사업'이 은행권의 엇박자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금융권 공동 블록체인 도입은 은행과 증권, 보험사 등 금융 업권 간 인증서 교차 사용을 허용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자는 것이 취지다. 블록체인은 기존의 중앙서버식과 달리 분산원장관리 방식이기 때문에 금융 기업은 투자비용과 해킹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미 증권사 간 공동 인증을 위한 첫 사업을 마무리하고 2차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에 은행권은 최근에야 시스템 구출 기술 사업자 선정을 공고했다. 은행권은 지난해 11월 16개 주요 은행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 진행이 지지부진할 뿐만 아니라 타 업권과 공동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등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다른 금융 업권 시스템과의 호환성이 없으면 고객 편의성 제고라는 당초 목적과 멀어진다.

모든 서비스에는 고객이 존재한다. 금융 서비스 또한 고객에게 편리한 시스템이 경쟁력을 갖는다. 당장 변화가 싫다고 주저앉으면 고객은 점점 멀어져 갈 뿐이다.

금융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핀테크가 금융 서비스 환경을 뒤흔들었다면 인터넷은행은 은행업 고유의 영역을 송두리째 삼킬 기세다. 금융 산업 선진화의 도구쯤으로 여겨지던 정보기술(IT)이 경쟁의 룰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금융 업계가 기존의 노하우와 기반을 바탕으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 장기로는 더 좋은 조건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기존 방식만 고수하면 결국 급변하는 외부 환경과 정책에 떠밀려 끌려가거나 낙오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