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합병·청탁·특혜 승마지원 모두 부인

이재용 부회장, 합병·청탁·특혜 승마지원 모두 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합병과 경영권 승계 청탁, 정유라 특혜지원 등 핵심 쟁점을 모두 부인했다. 승마선수 정유라의 존재를 몰랐고, 미래전략실에 한 번도 소속되지 않았다는 입장도 밝혔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에서 이 부회장이 이같이 밝혔다. 재판 시작 후 처음 이 부회장이 직접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미전실에서 어떤 업무나 역할을 담당했는지를 묻는 특검의 질문에 “미전실에서 한 번도 근무한, 소속된 적이 없었다”면서 “소속은 처음부터 삼성전자였고, 업무의 90~95% 이상을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에 관한 업무를 했다”고 답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등에 참석한 것은 이건희 회장 와병 후 그룹을 대표해 참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미전실을 해체하겠다고 한 발언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코치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미전실을 해체할 수 있는 권한 여부를 떠나 그룹 대표로 (청문회에) 나갔다”면서 “실장께서 미전실 해체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를 얘기하는 게 좋겠다고 코치해 줘서 제가 발언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도 양사와 미전실이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서 하는 사업은 제가 지식도 없고 업계 경향도 모른다”면서 “제가 함부로 개입할 것도 아니고, 전문가들이 알아서 해주고 계셨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기억으로는 엘리엇 사태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 없던 걸로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승마선수 정유라는 몰랐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에 승마협회를 맡아 달라고 요청하고, 올림픽을 대비해 좋은 말을 사달라고 한 것은 맞지만, 정유라 존재는 몰랐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확실하게 기억하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를 삼성이 맡아 달라. 올림픽을 준비해 달라고 이야기 한 것”이라면서 “삼성이 다른 기업보다 규모도 크고 제가 말을 탄 적도 있어서 그랬다고 돌이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유라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강조했다. 최순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정씨에 대한 특혜 승마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윤회의 딸(정유라)이 승마선수 인 것을 몰랐느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제가 승마를 하긴 했지만, 말을 안 탄 지 25년이 넘었고 국내 정치에도 관심이 없었다”면서 “정윤회씨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딸이 있고 공주 승마 의혹 같은 게 있다는 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