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안에서 모든 게 이뤄진다…전 세계가 '카 페이' 전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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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GS칼텍스·LG U+·오윈, 커넥티드카 커머스 구현 테스트 나서

자율주행차로 접어들었을때, 차량 내 콘텐츠 소비 예상 모습(자료-ecomento)
자율주행차로 접어들었을때, 차량 내 콘텐츠 소비 예상 모습(자료-ecomento)

#A씨는 설 연휴를 맞아 자동차를 이용해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간다. 자율 주행 버튼을 누른 A씨는 자동차 좌석을 누인 뒤 모든 정보기술(IT) 기능을 탑재한 '카 매니지먼트 단말기'를 구동한다. 곧바로 스마트 모빌리티 기능이 작동되면서 실시간 교통 상황을 반영, 최대한 막히지 않은 길을 찾아 달린다. 자동차 앞유리는 대화면 TV로 바뀐다.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사기 위해 홈쇼핑 채널을 켰다. 제품 구매 관련 '지문 인증' 버튼이 작동되고, 구매 결정 여부를 음성으로 확인한다. 자동차 안에서 지문 인증을 완료, 결제가 끝난다. 구매한 물품은 물류센터에서 가까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수령하면 된다.

불과 몇 년 뒤면 도로에 펼쳐질 모습이다.

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탈바꿈을 준비하면서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 은행, 카드, 부품·소재 기업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에서 구현돼 온 모든 기능을 자동차에 접목(임베디드)시키는 '카 페이' 경쟁이 시작됐다.

기아자동차가 CES2016에서 선보인 주유소 결제 서비스 플랫폼
기아자동차가 CES2016에서 선보인 주유소 결제 서비스 플랫폼

차량 제어와 모니터링 서비스는 차량 내에 탑재되고 콘텐츠 스트리밍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는 스마트폰과 연결돼 자동차는 '탈 수 있는 커넥티드 디바이스'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차량 내 승객 전원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콘텐츠 서비스가 등장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SW) 개발로 단순 이동이 아닌 정보 습득과 콘텐츠 소비 공간으로 자동차가 변신한다. 앞으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4단계 이상의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는 만큼 쇼핑과 각종 결제,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까지 가능한 플랫폼으로 바뀌게 된다.

한국에선 신한카드와 GS칼텍스, LG유플러스, 오윈이 손잡고 '커넥티드카 커머스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한다. 자동차가 주유소에 진입하면 유종, 보너스카드 적용은 물론 결제까지 자동으로 이뤄진다. GS칼텍스는 커머스 연동을 위해 비콘 결제를 도입한다. 주차장도 실제 입·출차 시간을 기반으로 자동 결제가 가능해진다.

이들 기업은 오는 11일까지 카 커머스 적용을 위해 테스트 드라이버 약 500명을 모집한다. 드라이버들은 9월 말까지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 지역 GS칼텍스 주유소에서 서비스 테스트를 누린다. 주유소에 진입하면 보너스 카드를 포함한 모든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주유소 외 음식점, 꽃가게, 카페 등 중소 규모 가맹점도 포함됐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모든 결제를 자동 완료하고, 픽업할 수 있도록 구성한 서비스다. 더 나아가 차량에 디지털 아이디를 부여, 자동차 자체를 결제 수단으로 만드는 스마트 결제 서비스를 준비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차의 최종 결합으로 불리는 커넥티드카 서비스는 실제 서비스가 시작된 사례는 거의 없다. 한국이 한발 앞서 '자동차 결제'라는 거대 시장에 발을 내디딘 것이다.

기아자동차가 CES2016에서 선보인 주유소 결제 서비스 플랫폼
기아자동차가 CES2016에서 선보인 주유소 결제 서비스 플랫폼

애플, 바이두, LeTV 등 글로벌 기업은 스마트폰에 이어 커넥티드카 시장에서 플랫폼 경쟁에 이미 들어갔다. 운용체계(OS)를 장악하고 다양한 콘텐츠 등을 커머스 플랫폼에 녹여 막대한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카플레이,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를 각각 자체 개발하고 있다. 아우디, 폭스바겐, 벤츠, 포드, 볼보, 제너럴모터스(GM), 현대 등 내로라하는 자동차 제조사와 손잡았다. 바이두도 카라이프, LeTV는 IoV라는 플랫폼으로 각각 아우디 및 폭스바겐 등과 협업하고 있다. 장기로는 단일 차량 시스템을 넘어 차량간통신(V2V)을 통한 결제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車 안에서 모든 게 이뤄진다…전 세계가 '카 페이' 전쟁으로

영화·TV 감상, 쇼핑 등 콘텐츠 판매와 상거래를 차량 내부에서 별도의 단말기나 기술을 통해 원스톱 처리한다.

강서진 KB금융지주연구소 연구원은 “자동차 자체가 하나의 상거래 채널로 진화할 것”이라면서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비대면 기반의 지급 결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비자카드는 차량 자체가 신용카드가 되는 자동차 결제 서비스를 혼다 차량 내에 탑재하고 시범 사업에 들어갔다. 올해 초 재규어는 영국에서 석유 기업 셸과 협력, 주유 요금을 자동 결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차량 안에서 페이팔 또는 애플페이로 결제한다. 다임러그룹은 모바일결제 업체 페이캐시를 인수, '메르세데스 페이'를 준비하고 있다. 푸조는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카 커머스시연회를 열었다. 출시 예정인 뉴 푸조30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별도의 시스템을 장착한다. 푸조 수입 업체인 한불모터스는 전 차종에 이 서비스를 탑재할 계획이다.

한편 BI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커넥티드카 서비스 및 하드웨어(HW) 산업 규모는 2015년 500억달러(약 57조원)에서 2020년 1600억달러(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