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새로운 통신정책이 필요하다

[데스크라인]새로운 통신정책이 필요하다

이동통신 요금이 또 내릴 전망이다. 기초연금을 받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월 요금 1만1000원을 감면하기 위한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선택 약정 할인율 25% 상향을 위한 행정 절차도 시작됐다. 보편 요금제도 예고돼 있다.

이통 요금 인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본료는 지속해서 내렸고, 가입비는 3년에 걸쳐 단계 폐지됐다.

이통 요금은 각종 선거 이후 내려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집요하게 몰아붙였다. 선거 때마다 공공의 적으로 지목돼 이제는 무감각할 듯도 하지만 이통 서비스 사업자는 전전긍긍, 좌불안석이다. 이통사는 선거 때마다 과다한 이익을 내고 있으니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한다.

이통 요금에 관해 궁금증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이통 요금이 지속해서 내렸다고 하는데 주변에서 지출 자체가 줄었다는 사례는 거의 없다. 체감 효과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개개인이 지출하는 금액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요금이 인하됐는데 왜 지출이 줄지 않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요금이 내리면 이통사의 매출과 이익은 줄어야 한다. 이통사의 매출과 이익 원천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요금이다. 그러나 이통사의 매출과 이익은 급감하지 않았다. 수십년 동안 지속된 요금 인하에 적자가 아닌 게 신기할 정도다.

정답인지 확신할 순 없지만 요금 인하에도 소비자 지출이 줄지 않는 건 이통 이용량 자체가 이전보다 늘었고, 고가의 단말기 할부금 부담이 반복 지속된 때문일 것이다.

이통사의 매출과 이익에 변동이 없는 건 이통사가 기업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목적은 최대 이윤 획득, 이익 시현은 절대 과제다. 정부에 '정책'이 있는 것처럼 기업엔 '대책'이 있다는 것이다. 요금이 줄더라도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으로 상쇄한다. 기본료를 폐지하더라도 기업은 곧바로 만회할 것이다.

이통 요금 인하 목적이 가계 지출을 줄이려는 의도인데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정책을 반복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 막대한 흑자를 실현하니 요금을 내리라고 압박하듯 이통사가 적자를 내면 요금을 올릴 수 있을지도 마찬가지로 궁금하다. 적자가 나면 요금을 올리라고 하는 게 공정한 처사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요금을 내리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할 일은 따로 있다. 손댈 게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통사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이통사가 이전에 하지 못한 걸 할 수 있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분명한 건 이통 요금은 기업과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좌지우지할 것인가. 시장 메커니즘을 무시한 정책의 결과는 효과가 없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진행되는 요금 인하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어떻게 보면 빤하다.

이통사에 부담을 주면서 정작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혁파엔 아예 눈을 감고 있는 듯하다. 이왕에 이통 요금을 내릴 바에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규제 완화와 기업 혁신이 선순환하며 새로운 경쟁이 만개할 수 있도록 통신 정책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통신 정책이 이전과 달라졌으면 좋겠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