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科技혁신본부', 간판이 아닌 권한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첫 조직 개편에서 주목받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결국 미완의 모습으로 출범한다고 한다. 6월 정부 조직개편안 발표 때 명시된 핵심 권한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 조사 권한을 기획재정부에서 이관 받고 R&D 지출 한도를 기재부와 공동 설정하기로 했지만 관련 법을 개정하지 못해 차후로 미뤄졌다.

혁신본부의 R&D 사업 예산 권한을 강화해서 과학기술 정책 총괄·조정 기능을 내실화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구상인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크다. 실제 권한을 갖추지 못한 조직이 어떤 혁신을 끌어낼지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과학기술계는 기대감이 높았다. 조직개편안에서 '과학기술 혁신 컨트롤타워 강화'가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에 이어 두 번째로 다뤄졌다. 차관급 혁신본부가 설치된 데다 부처 명칭에도 '과학기술'이 들어갔다. 청와대 내에 과학기술보좌관 직제가 신설됐다. 모양만 놓고 보면 과학기술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였다.

현실은 다르다. 혁신본부가 설치됐지만 내용물을 채우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예산권 강화에 관계 부처의 반발이 거셌지만 조정 작업은 없었다. 국회를 상대로도 과기 컨트롤타워 강화에 필요한 법 개정 노력은 미흡했다.

조만간 본부장이 선임되면 혁신본부가 공식 출범한다. 정부는 과기 컨트롤타워가 가동된다며 홍보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간판만 혁신본부일 뿐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 조직은 필요한 제도 권한을 갖췄을 때 제 기능을 한다. 그저 조직만 만들어 놓고 잘되길 바란다면 안일한 생각이다. 혁신본부 설치는 문재인 정부의 첫 과학기술 거버넌스 개편 작업이다. 부처 간 조정이 어려우면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