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중소기업 상생 '깊이'를 키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오랜 연구개발(R&D) 기간이 소요되는 첨단 소재 분야에서 들려온 협업 성공 사례라 더욱 뜻깊다.

LG디스플레이가 탄소나노튜브(CNT)를 활용한 정전기 없는 고신뢰성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했다. 국내외 기업에 공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양산에 성공하기까지 재료 분야 중소기업 나노솔루션과 협업이 있었다.

LG디스플레이는 CNT의 우수한 대전방지 기능에 주목했다. 대전방지란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터치 디스플레이에서 정전기가 일어나면 쇼트가 발생, 디스플레이 전체 기능을 사용하지 못한다. 자동차에서는 차량 결함으로 이어지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두 회사는 터치 입력이 가능한 디스플레이에 대전방지 용도로 CNT를 접목하고자 했다. CNT를 연구한 명재민 연세대 교수도 힘을 보탰다. 7년 동안의 협업 끝에 성공을 일궈 냈다.

대기업은 외부 기업과 협력할 때 2~3년 안에 가시 성과를 내야 하는 문화가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 안목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원천 기술을 확보한 세계 수준의 재료 기업을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이유다. 두 기업도 7년의 세월을 이어오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례는 값지다.

LG디스플레이는 안정 생산을 위해 나노솔루션에 지분 투자도 했다. 한계를 뛰어넘은 LG디스플레이의 끈기와 나노솔루션의 패기, 대학의 기술 지원 삼박자가 성공 신화를 가능하게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은 오랜 화두다. 수박 겉핥기 식 지원과 얄팍한 프로그램이 다반사다. 오래 함께 가는 상생 사례를 찾기 드물었다. 성공 사례를 금과옥조로 삼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정한 동반 성장 신화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나노솔루션 직원들이 세라믹 가공기술을 활용해 광통신 분야 필수장비인 트랜시버 리셉터클을 생산하고 있다.
나노솔루션 직원들이 세라믹 가공기술을 활용해 광통신 분야 필수장비인 트랜시버 리셉터클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