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O2O 자율 규제에 힘 실어 줘야

[기자수첩]O2O 자율 규제에 힘 실어 줘야

첩첩산중이다. 온·오프라인연계(O2O) 산업은 구조 위기에 빠졌다. 배달, 숙박, 부동산 등 업종 대부분이 선두권의 한두 회사만 살아남는 전쟁터다. 제 살 깎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과도한 마케팅비용 지출은 일상화됐다. 업체 간 견제구도 갈수록 거세다. 태생상의 약점도 있다.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상당수가 소상공인이다. 서민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플랫폼 사용료에 인색한 사회 분위기도 발목을 잡는다. 대기업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떠안아야 한다.

이제는 밥줄이나 다름없는 광고주와 싸우고 있다. 최근 부동산 O2O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 업체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의해 제소됐다. 신고자는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는 광고주다. 그는 올해에만 허위 매물을 세 차례 올려 회원 자격을 잃었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자신이 탈퇴됐다는 데 앙심을 품고 보복에 나섰다.

업체는 지난해에도 허위 매물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회원 탈퇴 조치에 격분한 광고주가 불공정 거래 혐의로 같은 기관에 신고했다. 당시엔 광고주에게 무릎을 꿇었다. 당사자 간 합의가 불발되면 사건이 공정거래위원회로 올라간다는 사실에 지레 겁을 먹고 백기를 든 것이다. 회원 가입 시 '허위 매물 삼진아웃' 제도에 관해 수차례 알렸지만 헛수고가 됐다는 게 업체 측의 하소연이다.

음식 배달 O2O 업계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식품위생법 위반 음식점을 배달 앱에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이달 말 적용 예정이었지만 매듭짓지 못했다. 광고주와의 갈등이 부담이다. 불법 이력이 있는 음식점 입장에선 이 같은 결정이 탈퇴 요구로 비칠 수 있다.

O2O는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산업이다. 장기 성장을 위해선 생태계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 정부 규제도 필요하지만 업계의 자정 노력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 편익이 올라가고 O2O 시장 기반이 탄탄해질 수 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