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79> 새로운 게임 법칙

1985년에 미국 8비트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 한 일본 기업이 뛰어든다. 닌텐도는 5년 사이에 1000만대를 판다. 또 다른 일본 기업 세가가 16비트 게임기를 출시하기 전까지 미국 시장은 닌텐도의 몫이었다. 그러나 32비트, 64비트, 128비트까지 예전의 영광을 되찾지 못한다.

16비트 시장은 세가에 넘겼고, 32비트 시장은 세가와 소니 차지였다. 128비트 시장은 세가가 먼저 열었지만 최종 승자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PS2)였다. PS2 탓에 닌텐도는 신제품 출시마저 미뤄야 할 지경이었다.

닌텐도 위유 사진:닌텐도
닌텐도 위유 사진:닌텐도

이때 소니의 진정한 호적수가 나타난다.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X박스로 시장에 뛰어든다. 2005년에는 X박스 360도 출시한다. 소니는 PS3로 반격한다. 시장은 이렇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그때 닌텐도가 위(Wii)를 출시한다. 조종기나 조이스틱 대신 모션 인식 방식이다.

리모컨은 테니스 라켓 또는 볼링이나 펀치 휘두르듯 기능했다.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들인다. 2007년까지 위는 X박스 360보다 2배, PS3보다 3배나 빨리 팔렸다. 닌텐도는 이렇게 2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참이었다.

어떻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까. 선도 기업은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경쟁을 위한 새로운 방식은 없을까.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와 로리 맥도널드 교수는 존속성 혁신과 파괴성 혁신을 구분하면 답이 보인다고 말한다. 존속성 혁신은 성능이 나은 신제품이 핵심이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대형 컴퓨터 시장을 보자. RCA, 제너럴일렉트릭(GE), AT&T 모두 IBM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에어버스가 이런저런 기종을 내놨지만 대형 항공기 시장에서 보잉의 아성은 여전하다. 정작 눈에 띄는 기업은 소형 제트기를 만들던 엠브라에르, 봉바르디에다.

복사기로 제록스를 따돌린 것은 IBM이나 코닥이 아니다. 개인용 복사기로 시장에 들어온 캐논이었다. 두 저자는 새로운 기업이 선도 기업을 공략하는 최상의 방법은 그들의 방식을 뒤집는 것이라고 말한다. MS와 소니가 최고 성능을 위해 경쟁하고 있을 때 닌텐도는 모션 센싱이란 방식으로 게임의 법칙을 바꿨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두 저자는 '파괴성 혁신이란 무엇일까'란 기고문에서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신 시장 중심 혁신이다. 새로운 고객에 맞춘 제품이다. 건전지로 작동하는 소니의 포켓용 라디오나 캐논의 탁상용 사진 인화기는 고전에 해당한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79> 새로운 게임 법칙

기존 기업은 영향력을 느끼지 못한다. 고객은 기존 수요와는 별개였다. 이것이 주류가 되기 전까지 체감하지 못한다. 두 번째는 저가품 시장, 즉 로 엔드 중심 혁신이다. 시장의 가장 낮은 세그먼트로 시작한다. 별반 수익성 없는 이 시장에 선도 기업의 관심은 적다. 오히려 골치 아픈 세그먼트를 떠넘기고 안도한다. 그래서 기존 기업의 공격도 없다.

1960년대 월마트나 K마트가 페인트, 주방용품, 장난감을 팔 때 백화점은 무관심했다. 오히려 시장에서 발을 빼려 했다. 이들과 경쟁한다는 것은 더 작은 마진을 의미했고, 기존 방식을 혁신하지 않는다면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파괴성 혁신 방법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까. 두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것이 “어느 누구도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라고 되묻는다. 실상 아마존닷컴부터 델컴퓨터, 시스코에서 찰스슈와프까지 파괴성 전략을 실행한 기업 리스트에는 끝이 없다.

파괴성 전략이 있을까. 이제 리트머스 시험을 한번 해보자. 시험지는 세 개다. 첫째 여하튼지라는 이유로 소비에서 소외된 충분한 수의 소비자가 있는가. 둘째 가격이 낮다면 성능이 좀 떨어지더라도 기꺼워할 고객이 있는가. 셋째 새 방식을 기존 기업이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가. 혹시 이 질문에 '예' '예' 그리고 '아니오'라고 답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파괴성 기업, 즉 디스럽터의 운명을 타고난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봐도 좋겠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