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70만 대리점 거래실태 전수조사…'단체교섭권' 필요성 연구도 착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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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으로 국내 모든 대리점·본사를 대상으로 거래실태를 조사한다. 정확한 숫자조차 집계되지 않았던 대리점 현황, 거래실태를 자세히 파악·분석해 내년 초 '불공정 관행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동시에 대리점 사업자단체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했을 때 나타날 효과에 대한 공식연구에 착수한다. 단체교섭권 보장이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결론이 나오면 이른바 '을(乙)의 담합'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10일부터 국내 모든 산업의 본사(약 4800개), 대리점(약 70만개)을 대상으로 대리점거래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리점을 상대로 한 본사의 횡포가 사회 문제로 끊임없이 지적됐고, 2013년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를 계기로 작년 12월 대리점법이 첫 시행됐다. 그러나 대리점 거래 실태는 물론 본사·대리점의 명확한 숫자조차 집계되지 않아 공정위는 현실적 대응책 마련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대리점 거래 실태를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과거 일부 실태조사가 있었지만 일부업종에서 제한된 수의 본사·대리점을 대상으로 시행해 대리점 거래 전반의 현실을 보여주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8~9월 본사, 9~12월 대리점·대리점단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본사 실태조사로 대리점 명단, 유통경로(대리점, 대형마트, 온라인 등)별 거래비중, 반품조건, 계약기간, 위탁수수료 등을 파악한다. 대리점 대상으로는 서면계약서 수령 여부, 영업지역 설정 여부, 밀어내기 등 불공정 행위 경험 유무, 사업자단체 가입 여부, 주요 애로사항 등을 조사한다.

실태조사 결과를 기초로 내년 초 본사와 대리점 간 불공정 관행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한다. 이번 대대적 실태조사는 '갑을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김상조 위원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김 위원장은 4대 갑을문제로 △하도급 △가맹 △대리점 △대규모유통업을 꼽았고, 가맹을 시작으로 분야별 종합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공정위는 실태조사 추진과 동시에 대리점 사업자단체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했을 때 나타날 효과 연구에 나선다. 이를 위해 실태조사 대상에 사업자단체를 포함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리점주 등이 단체를 조직해 본사와 협상에 나서면 부당 공동행위(담합)로 간주해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단체교섭권을 보장해야 대리점이 본사와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대로 대리점주는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라 단체교섭권 부여가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연구로 단체교섭권 도입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해당 행위를 담합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이 예상된다.

김상조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대리점·하도급업체의 단체교섭권 보장과 관련 “현행 법 체계에 한계가 있다”며 “단순한 단체구성권 차원을 넘어 교섭의 실질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단체교섭권 연구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단체교섭권 부여에 긍정적, 부정적 효과가 있는지 아직 모르니 연구가 필요하다”며 “만약 긍정적 효과가 크다면 관련 입법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