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료 민주화, 원격의료 시행으로 치료비용부터 낮춰야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또 하나 선물'을 국민에게 풀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일선 종합병원을 방문해 환자와 치료 현장을 살펴본 뒤 어떤 질병 치료도 건강보험 하나로 다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어린이 미세먼지 피해 예방 긴급 대책(5월 15일), 치매 국가책임제(6월 2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 사과(8월 8일) 등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결 의지를 보여 주는 일련의 행보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가 국민 건강까지 살뜰히 챙기겠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좋은 약속 앞에 자꾸만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것은 잘못된 문제 접근법과 빈 구석 때문이다.

우선 지난번에 두 번째로 나온 부동산 대책(8월 2일)처럼 정부 계획에는 빈틈이 너무 많다. 부동산 보유·거래 규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집 없는 서민이 안정된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빠진 것처럼 이날 의료 보장 대책도 치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대다수 국민의 건강한 삶과 예방, 의료 보장 내용은 등한시 됐다. 임기 5년간 이 대책을 위해 쓰겠다는 30조6000억원의 예산 조달 방안도 문제다. 30조6000억원에는 평소 치료조차 받지 않는 건강한 국민이 내는 보험료 '세금'이 들어 있다. 건강한 국민은 세금만 추가 부담할 우려가 있다.

또 하나는 비급여 완전 해소, 중증질환 의료비 지원 확대 같은 조치가 완벽히 이뤄지려면 그에 앞서 우리나라 병원의 회계와 건강보험 의료비 지출 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원격 진료 등을 도입해 치료 과정에 따르는 비용 절감도 시급하다. 이 문제를 빼고는 '의료 민주화'는 더 기대할 수 없다.
병은 근본 원인을 찾아 그것부터 도려내야 한다. 건강보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잘못된 우리나라의 의료계 카르텔에 메스를 가하는 일이다.

<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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