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인디게임'이 흥행하는 시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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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나날이스튜디오 PD
<박재환 나날이스튜디오 PD>

최근 '인디게임'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한 가지 편중된 장르로 굳어지고 경쟁에만 초점이 맞춰진 비슷한 게임이 쏟아지자 이에 싫증난 유저들이 새로운 게임을 갈망한 결과다.

인디게임이라는 용어 정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참신한 시도를 한 게임을 지칭한다. 이런 게임은 '현질'을 유도하는 '프리투플레이(부분 유료화)' 게임보다 콘텐츠 자체를 구매하는 '유료게임'인 경우가 많다.

최근 관심이 높아졌지만 국내 유료게임 시장은 여전히 미미하다. 북미와 유럽 유저들은 콘솔 게임을 기반으로 시장이 성장, 유료게임 구매에 친숙하다. 반면에 경쟁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 위주로 성장한 국내 게임 유저들은 유료게임보단 아이템 '현질'에 더욱 익숙하다.

지난해 나날이스튜디오가 출시한 '샐리의 법칙'은 행운이 가득한 딸과 아버지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 게임이다. 유저가 딸과 아버지 입장이 돼 플레이하는 독특한 방식의 유료게임이다.

제1회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톱3 선정' 이후로 많은 수상을 통해 관심을 받았으나 국내 작은 유료게임 시장으로 인해 겨우 손익 분기점을 넘겼다. 유료게임으로는 회사 창작을 지속할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꼈다.

물론 유료게임 시장이 큰 북미와 유럽 시장을 노려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언어와 문화 장벽으로 게임의 '글로벌 성공'은 단어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해외에는 이미 훌륭한 유료게임이 상위 차트를 차지했다.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면 충분한 바이럴이 일어나기 쉽지 않다.

최근 해외에서 크게 성공한 '배틀그라운드 역시 문화 장벽과 경험의 장벽을 넘기 위해 해외 개발자를 영입, 개발했다.

우리는 국내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차기 작에 유료게임을 만드는 것은 무모한 결정일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다. 나날이스튜디오뿐만 아니라 국내 소규모 개발사들이 모두 안고 있는 고민이다.

시장을 거스르면서 완전 창의적인 유료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투자 시간 대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 유료화 게임이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더 효과적인 전략이다.

인디게임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면서 유저들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유튜브 영상과 같이 다양한 게임을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지고, 인디게임 전문 스트리머를 포함해 '스팀'에서 게임을 구매하는 사림이 늘었다. 이런 유저가 많이 는다면 국내도 '유료게임' 출시로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 개발사는 여유가 없다. 출시한 게임이 수익을 충분히 내지 못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문을 닫아야 한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참신한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유저 인식 변화가 가속화되길 바란다. 국내 유료게임 시장이 성장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도 온전히 '재미'에 집중한 게임이 많이 나올 것이다. 북미와 유럽처럼 이른바 '명작'이라 불리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게임에 대한 사람들 인식을 바꿀 것이다. 게임은 보고 듣는 것 외에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 다르다.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 개발자들은 게임으로 할 수 있는 더 위대하고 재밌는 체험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어려움이 많지만 게임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우리 개발사들이 계속 시도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게임도 영화, 문학과 같이 예술 영역으로 불릴 날이 올 것이다.

박재환 나날이스튜디오 PD jhbak@nanal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