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겁에 질린 이통사

[기자수첩]겁에 질린 이통사

정부와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 간 대치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통신비를 내리라 압박하고, 이통사는 못 내린다고 버틴다. 소송도 거론한다.

한 번도 통신 당국에 반기를 든 적 없는 이통사가 소송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배경에는 '공포'가 자리한다.

이통사는 통신비 인하 요구가 지나치다고 하소연한다. 우리나라 통신 역사를 되돌아봐도 전례가 없는 고강도 압박이다.

선택약정 할인율 25% 상향에 이어 보편요금제, 제4 이동통신,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도 개입했다.

공포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통사는 정부와 시민단체를 '호랑이'로 상상할 지 모른다. 떡 하나 주면 잡아먹지 않을 것인가? 이통사는 옛날 이야기 결론을 안다. 그래서 떡을 하나도 안 뺏기려고 한다.

이통사도 문재인 정부 1호 통신비 인하 정책의 상징성을 존중한다. 정부 체면을 세워 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저항 강도를 높이는 건 공포 탓이다.

공포를 줄이는 데 '당근'이 특효약이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주고받는 맛이 있어야 한다. 그게 협상이다. 무조건 빼앗으면 저항만 부른다.

주파수든 규제 완화든 이통사가 원하는 것을 조금은 내줘야 한다. 내주는 시점은 빠를수록 좋다.

소송으로 가봐야 서로에게 좋을 게 없다. 정부는 리더십에 상처를 입고, 이통사는 국민적 비난을 받을 게 분명하다.

구석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하지 않는가. 이동통신 산업을 '점령'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면 고양이를 피해 달아날 '출구'를 터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