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유전자 변형 슈퍼돼지 '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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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 포스터.
<영화 '옥자' 포스터.>

“우리 슈퍼돼지는 크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고, 사료도 적게 먹고 배설물도 적게 배출할 겁니다. 무엇보다 맛이 끝내주게 좋습니다.”

옥자는 강원도 깊은 산골에 사는 미자가 슈퍼 돼지 옥자를 위기에서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개봉으로 주목을 받았다.

옥자는 미국 미란다 그룹 실험실에서 태어난 유전자 변형 '슈퍼 돼지'다. 미란다 그룹은 슈퍼 돼지를 세계 26개국 농가로 보내 10년간 그들만의 방식으로 키우게 한 뒤 최고 돼지를 선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강원도 깊은 산골로 옮겨진 슈퍼돼지(옥자)는 미자를 만나 10년간 오누이처럼 지낸다.

그리고 10년 후, 미란다 그룹은 옥자를 가장 우수한 슈퍼돼지로 홍보하기 위해 미국으로 데려간다. 이후 옥자는 미란다 그룹 창고에서 온갖 학대를 받으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미자는 옥자를 구하면서 우정을 지켜내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도 험난하다.

옥자는 단순히 '크고, 맛 좋은 고기'를 위해 인간이 돼지 유전자를 변형해 만든 동물이다. 악명 높은 미란다 그룹을 글로벌 친환경 농화학회사 이미지로 탈바꿈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그려졌다.

영화 '옥자' 스틸컷. 옥자(왼쪽)와 미자가 우정을 나누고 있는 모습.
<영화 '옥자' 스틸컷. 옥자(왼쪽)와 미자가 우정을 나누고 있는 모습.>

실제로 유전자 조작 동물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옥자 같은 슈퍼돼지 역시 영화 속에만 등장하는 동물이 아니다.

국내 연구진과 중국 옌볜대 연구진은 일반 돼지에 비해 근육량이 20% 많고 지방이 거의 없는 슈퍼돼지를 개발했다. 꾸준히 늘고 있는 육류 소비량에 대비할 수 있는 중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인체 유해 안전성과 동물에 대한 존엄성 문제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재 국내에서 식용으로 판매되는 유전자 변형 돼지는 없다. 돼지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도 식용으로 판매된 사례가 전무하다. 안전성 평가가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고, 인체와 자연에 무해하다는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동물에 대한 존엄성도 풀어야할 숙제다. 영화는 옥자가 일반인에게 공개되기까지 학대당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간이 원하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고통이 따른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인류 생존을 위해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까지 모두 부정적으로 몰아갈 순 없지만, 잔혹한 학대 등 존엄성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SBS 동물동장에서는 유기견을 강제로 교배에 팔아넘기는 '강아지공장'에 대한 내용이 전파를 탔다. 돈에 눈 먼 인간의 잔혹함을 여지없이 보여준 대표 사례다. 수십 번 제왕절개를 해 온전한 몸 상태가 아닌 유기견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옥자도, 강아지공장 유기견도 인간의 탐욕으로 고통 받은 동물이다. 비록 유전자 변형을 통해 인위적으로 탄생한 동물일지라도, 고귀한 생명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