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국가위기, 경제의 큰 눈으로 보자

[곽재원의 Now&Future]국가위기, 경제의 큰 눈으로 보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과 북한의 극한 말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9일 마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체제의 종말과 국민의 멸망으로 이어지는 행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경고하자 이튿날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미국령 괌 해역에 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북한 리스크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화염과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6년 6월 대통령 선거 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위원장에게 햄버거를 대접하면서 협상하겠다던 당시 트럼프 후보의 말은 1년 2개월 사이에 '화염과노'를 앞세운 강공 모드로 바뀌었다.

이러한 극한 대치 상황은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키면서 상대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앞으로의 사태 전개는 예측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괌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일본 상공을 통과한다면서 집단자위권 발동론을 들고 나와 한반도 긴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북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국제 주식·외환·상품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8월 들어 상승 분위기를 유지하던 주식 시장은 지난주 초부터 사흘 연속 내리 하락세를 보였다. 뉴욕(미국)·런던(영국)·프랑크푸르트(독일)·시드니(호주)·도쿄(일본) 등 세계 주요 증시와 한국, 홍콩, 대만, 필리핀, 인도 등 아시아 증시에서 주가가 계속 빠졌다. 미국과 북한의 군사 충돌 위기감이 세계 주식 시장에 일제히 영향을 미친 탓이다.

외환 시장에서는 '리스크 오프 모드'(위기 탈출)에 들어가 안전통화로서 투자자들이 일본 엔화를 사들이며 엔화 가치가 오르고 있다. 중국 위안화도 시장의 일부 투자자들이 안전통화로 인식하면서 오름세를 보였다. 북한 정세 영향이 직접 미치는 이웃 두 나라의 통화가 강세를 보인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뉴욕 상품거래소에서는 원유 선물 시세도 오름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시세는 배럴당 5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는 두바이유도 한때 5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러한 국제 유가 상승은 기본적으로 각국의 재고분 감소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북한을 둘러싼 긴장 고조도 한몫하고 있다고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분석했다. 원유 시장에서는 “미군은 세계 최대의 원유 소비 기관”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미국이 실제로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원유 수요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 자산으로서 금에 도피 자금이 몰리면서 금 선물 시세도 급등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각 나라의 경제 사정을 보면 미국은 주가가 좀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치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다. 고용 사정도 매우 좋은 편이다. 트럼프의 낮은 지지도에도 경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개각 이후 지지도를 약간 회복했으며, 주요 기업 실적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10월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제 리스크 제거와 안정 성장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은 우리보다 시장 환경과 경제의 기초체력이 나은 편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중단기적으로 '경제 기반의 난국 돌파 대책'을 수립해 차분히 실행해 나가야 한다. 첫째 국방, 에너지 안보, 식량 안보, 테러 대책 등 네 가지 주요 항목을 점검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둘째 주식·외환 등 국제 금융 시장과 원유·곡물·비철금속 등 국제 상품 시장의 변화를 면밀하게 체크하는 일이다. 세계 경기 변동이 여기서 가장 먼저 포착된다. 셋째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불안 심리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로부터의 직접 투자 활성화 방안도 필요하다.

넷째 남북 관계 개선과 그 이후를 염두에 두고 중국 동북 3성(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의 사정과 북한 국경 지역(다롄-단둥-지안-옌지-훈춘-블라디보스토크)의 실태를 점검해 둬야 한다. 이는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 외교에도 긴요하다.

작금의 위기를 기회로 돌리는 지혜 모으기와 실행을 위한 총력전이 절실해진 시점이다.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