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 폭풍 앞 美풍력발전...GE, 베스타스에 특허 소송

미국 풍력발전 업계가 폭풍 앞에 섰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미쓰비시중공업의 육상풍력사업을 좌절시켰던 특허로 베스타스에 또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과거 미쓰비시 사업이 특허 분쟁으로 좌초했다는 점에서 베스타스에도 소송 장기화는 이롭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베스타스는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2009년 미국 특허상표청에 등록한 풍력발전기전력제어 특허(US7629705) 도면2/ 자료: 미국 특허상표청
제너럴일렉트릭(GE)이 2009년 미국 특허상표청에 등록한 풍력발전기전력제어 특허(US7629705) 도면2/ 자료: 미국 특허상표청

◇GE, 미쓰비시 좌절시킨 특허로 베스타스에 소송

최근 블룸버그 등은 GE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베스타스를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중부연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GE는 손해배상과 앞으로 특허 사용을 막는 침해금지를 청구했다. 베스타스는 대응가치가 없다며 맞소송 의사를 밝혔다.

분쟁에 사용된 풍력발전기전력제어 특허(US7629705)는 낙뢰 등으로 전압이 급변할 때도 풍력발전기와 전력망간 연결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2010년 미쓰비시를 압박할 때 사용한 특허로, 특허상표청 재심사(당사자계 및 결정계)에서 살아남은 강력한 특허로 평가 받는다.

GE는 베스타스가 자신의 특허를 미국 11개주 풍력단지 설치와 마케팅 등에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베스타스 풍력발전기 V90-3.0㎿(메가와트), V100-2.0㎿, V117-3.3㎿ 등이 특허침해품이라는 입장이다. GE는 과거 미쓰비시와 진행한 특허 분쟁에 베스타스 엔지니어 한 명이 법원에 소환돼 문서 등을 제출했다며 고의 침해로 보고 있다.

덴마크 업체 베스타스의 풍력발전기 V100-2.0MW(메가와트) 제품 사진/ 자료: 베스타스 V100-2.0MW 브로슈어
덴마크 업체 베스타스의 풍력발전기 V100-2.0MW(메가와트) 제품 사진/ 자료: 베스타스 V100-2.0MW 브로슈어

◇美 풍력시장, 급성장 앞둬 수주물량 중요

외신은 소송 배경을 미국 시장점유율과 업황에 돌렸다. 풍력발전시장이 급성장을 앞둬 수주물량 확보가 중요한 시점에 GE가 시장 1위를 베스타스에 내줬기 때문이다.

미국풍력에너지협회에 따르면 6월말 공사 중인 풍력단지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41% 늘어난 25.8기가와트(GW)다. 설치를 마친 풍력단지는 84GW다. 파이가 커지는 시장에서 지난해와 올해 점유율 1위에 오른 베스타스는 지난 4월 “GE의 날카로운 반격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2010년 GE-미쓰비시 소송 당시도 물량이 중요했다. 풍력전문업체 메이크 컨설팅 관계자는 그린테크미디어 기고에서 “2009년 경기부양법 통과로 생산세액공제가 연장돼 업체 입장에서 물량 확보가 시급했다”고 밝혔다. GE는 2008년 국제무역위원회에 제기한 소송과 별도로 2010년 연방법원에 특허 소송을 접수했다. 연이은 소송으로 인한 미쓰비시 발전기 제조·수입금지를 걱정하는 발주업체 불안감이 커졌고, 미쓰비시는 결국 육상풍력사업을 접었다.

국내 한 중공업 관계자A는 “중공업은 수주 단계에서 특허 소송을 만나면 수주가 막히고 손실이 막대해 1심에서 결론이 난다”면서 “미쓰비시도 1심 패소 후 해상풍력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GE 입장에서 미쓰비시 소송은 시장 진입 저지가, 베스타스 소송은 손해배송·침해금지가 목적”이라면서 “캘리포니아중부법원이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편이 아니어서 베스타스가 무효심판을 제기하고 소송 중지를 요청했을 때 법원이 받아들일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합의로 마무리 전망”

메이크 컨설팅 관계자는 분쟁이 합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베스타스가 소송을 장기간 진행하면 미국에서 GE를 추월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면서 “베스타스에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도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서 합의를 종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베스타스가 승소 가능성을 얼마로 보는지 등은 앞으로 지켜볼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1위 풍력발전기업체 베스타스는 GE 입장에서 미쓰비시보다 어려운 상대다. CB인사이트가 발표한 미국 풍력 특허 등록 순위(2009~2017년 1월)에서도 베스타스(436건)는 GE(626건)에 이은 2위다. 풍력발전기 제품군도 다양하고, 지난해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나라도 33개국이다. 글로벌 특허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국내 중공업체는 경쟁사 특허 분석에 심혈을 기울이고 제품 브로슈어 제작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관계자A는 “GE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특허 침해 증거로 제시한 자료는 베스타스 브로슈어와 제품 사양”이라면서 “국내 업체도 경쟁사 특허를 치밀하게 분석해 침해를 방지하면서 브로슈어 제작 등에도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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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