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9용 SLP 공급사 '윤곽'…양산설비 투자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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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가칭)'에 들어갈 'SLP(Substrate Like PCB)' 제조사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SLP는 반도체 패키지 기술이 접목된 차세대 메인기판이다. 삼성전자가 SLP를 도입하는 건 처음이다. 전에 없던 신규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메인기판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이슈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와 램 메모리 등이 실장되는 곳이 메인기판이다. 사진은 갤럭시S8 분해도(출처: 삼성전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와 램 메모리 등이 실장되는 곳이 메인기판이다. 사진은 갤럭시S8 분해도(출처: 삼성전자)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덕GDS와 이수페타시스가 삼성전자에 SLP를 공급하기 위해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덕GDS가 200억원을, 이수페타시스는 165억원을 투자했다. 양사는 SLP 제조에 필요한 장비 발주를 마쳤으며, 오는 9~10월에 설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스마트폰은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배터리 용량을 늘려 스마트폰을 오래 쓸 수 있게 하면서도 고성능이 필수다. 이는 곧 스마트폰 메인기판을 더 작게 만들면서 고성능 부품을 실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이를 충족하는 것이 바로 SLP라는 평가다.

SLP는 현재 스마트폰 메인기판으로 많이 쓰이는 고밀도다층기판(HDI)이 발전한 형태다. 기존 HDI에 반도체 패키지 기술을 접목, 면적과 폭을 줄이면서 층수를 높인 것이 특징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작은 크기에도 고성능을 지원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SLP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지난해 말부터 본격 대응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에는 PCB 업체들과 구체적으로 생산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 들어 이뤄지고 있는 PCB 업체들의 설비 투자는 SLP 도입이 이제 기획 단계를 넘어 실행 단계로 진입했다는 뜻이다. 연내 양산 라인이 갖춰져야 내년 나올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다.

한 PCB 업체 관계자는 “SLP는 반도체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제품이기 때문에 인력을 충원하는 등 그동안 적잖은 준비를 해왔다”고 전했다.

대덕GDS와 이수페타시스 외 삼성전자에 SLP 공급을 준비 중인 곳은 삼성전기가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있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차세대 기판 양산 라인을 연내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LP 투자 결정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삼성전기 역시 갤럭시S9 공급이 목표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공급 비중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품질, 수율, 가격 등에 따라 공급 여부와 업체 간 공급량은 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3개 기업 외에도 국내 또 다른 PCB 업체 한 곳과 일본 업체가 삼성전자 SLP 공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거론된다. 이들 회사의 구체적 투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삼성의 SLP 채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커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다. 한해 판매하는 스마트폰이 4억대에 달한다. 이 회사의 신기술 도입과 전략 변화는 기존 부품 시장 판도를 바꾸는 요인이다. SLP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은 기회가 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급 기회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SLP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AP '엑시노스'를 사용한 갤럭시S9 모델부터 SLP를 쓸 계획으로 알려졌다. 기술 차이가 있어 퀄컴 AP 사용 모델에는 HDI가 적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흐름상 SLP는 초기 도입 단계가 지나면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