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車 배출가스 규제에 판매 못할 수도…쌍용차·르노삼성, '발등의 불'

오는 9월부터 국내에 도입될 강화된 디젤차 배출가스 규제 시행을 앞두고 쌍용차와 르노삼성차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새 기준에 대한 유예 기간이 너무 짧아 일부 차종 판매가 중단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정부에 하소연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9월 1일부터 디젤차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를 실도로 배출허용기준(RDE)을 포함한 국제표준시험방식(WLTP)으로 변경하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한다.

환경부는 다음 달부터 인증받는 모든 디젤 신차에 WLTP를 적용한다. 기존에 판매 중인 디젤차는 내년 9월부터 새 기준에 따라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판매가 정지된다.

쌍용차 소형 SUV '티볼리'.
쌍용차 소형 SUV '티볼리'.

지난해 환경부가 국내에 시판 중인 디젤차 20종에 대해 배출가스를 조사한 결과, 새 RDE를 만족한 국산차는 1종도 없었다. 조사 대상 차종 평균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0.48g/㎞로 실험실 기준 6배, RDE(1단계) 기준 3배에 달했다.

완성차 업체가 기존에 판매 중인 디젤차를 새 기준에 맞게 변경하려면 엔진과 배기 장치 등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 현대·기아차 같은 대형 업체는 자금력과 연구개발 인력이 충분하지만, 쌍용차와 르노삼성차 등 소규모 업체는 새 기준에 대응할 물리적 시간과 자금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전체 판매 차량 90% 이상이 디젤차에 편중된 쌍용차는 새 기준 도입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기존에 개발한 대다수 디젤차를 새 기준에 맞추려면 추가 장치 개발과 탑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평택갑)은 “WLTP를 시행할 경우 쌍용차 대다수 차종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5월까지 판매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생산과 판매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이 1조5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 판매 중인 디젤차를 새 기준에 맞게 모두 변경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많다”면서 “WLTP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환경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중형 SUV 'QM6'.
르노삼성차 중형 SUV 'QM6'.

르노삼성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새 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내년부터 QM6 디젤 모델 등을 한동안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새 기준이 만들어지기 전 개발한 차종은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질소산화물 후처리 장치(SCR) 등을 부착할 공간이 부족하다”면서 “이를 변경하려면 차량 자체 구조를 바꿔야 하는 등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배출가스 기준을 따져봐도 환경부 새 기준 도입 시기에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유럽 최신 배출가스 기준을 도입하지만, 기존 판매 차량에 대해서는 3년간 유예해줄 방침이다. 미국은 새 기준 차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