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4차 산업혁명시대와 자원개발

[에너지포럼]4차 산업혁명시대와 자원개발

세계는 3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지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변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가상현실 등 새로운 과학기술과 디지털 기술이 그 기반이다. 4차 산업혁명이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면서 자원개발 분야도 변하고 있다.

세계적 광업 기업인 리오틴토는 일명 '디지털 광산'이라 불리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광산 내 트럭이나, 시추기 등 장비에 센서를 설치하고 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해 장비와 설비를 구동하는 시스템이다.

리오틴토는 이 시스템으로 호주 퍼스에 있는 통합운영센터에서 수천km 떨어진 필바라 지역 내 7개 철광산을 원격 관리한다. 호주 동부지역의 석탄광산도 수백km 밖에 위치한 브리스베인에 있는 통합운영센터에서 원격 관리한다.

국내 광업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최근 광산의 노후화로 인해 광산 갱도의 천장이 무너져 내리거나 싱크홀처럼 바닥이 내려앉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영월과 제천 석회석 광산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IoT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광산은 초광대역 밴드나 와이파이 네트워크 통신을 이용하여 작업공간과 장비, 시설물, 인력을 실시간 트래킹이 가능해졌다. 생산담당자는 광산 외부에 있는 모니터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작업자의 위험을 감지하고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어둡고, 위험하고, 분진과 싸워야하는 광산의 모습은 과거다. 광산도 이제 무인생산, 원격생산이 가능한 분야가 된 것이다. 더 이상 광산에서의 디지털 기술 활용은 사치가 아닌 시대가 왔다. 국내 광산에서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장비나 작업자가 접근하면 충돌 위험성을 알리는 근접탐지 시스템도 개발 중 이다. 광산 내 인명사고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과 장비 충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광산이 위험한 막장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4차 산업혁명이 다양한 기술로 광산의 운영체계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파급력은 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원개발 분야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맞춰 나타날 전기자동차 등 첨단기기의 등장으로 소재로 사용되는 원료 광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2차 전지 음극재로 사용되는 리튬, 코발트는 귀한 몸을 자랑이라도 하듯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구상에 매장량이 많지 않아 희유금속이라 불리는 이들 금속은 개발에도 어려움이 따르는 광물이다. 그러니 신소재 원료 광물의 확보는 국가 경제가 전환점을 맞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출현한 신기술과 혁신은 빠르고 폭넓게 확산중이다. 정부는 국정운영 과제에 4차 산업혁명과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 광업계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원료 광물을 해외자원 개발과 도시광산 산업을 육성, 확보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안타깝게도 해외자원 개발은 지난 정부 이후 신규 사업이 중단되다시피 했다. 과거 무리한 투자로 인한 실패 사례가 아직도 해외자원 사업 재개를 더디게 하는 상처로 남아있다. 아직 산업기반이 미흡한 도시 광산 사업은 전국에 산재한 중소업체를 지원하고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다. 과거의 실패에 자원개발을 방치하지 말고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몰아칠 변화를 기회로 맞이하기 위해 핵심 원료 광물 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신기흠 한국광물자원공사 기술연구원장 khshin@kore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