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9, 차명 바꾸고 독자 엠블럼 단다…EQ900급으로 격상

기아자동차가 대형 세단 'K9' 모델(프로젝트명 RJ)명을 변경하고, 독자 엠블럼을 단다.

K9 후속 모델부터 브랜드 강화를 위해 현대차 '제네시스 EQ900'과 동등한 경쟁력을 갖춘 간판 모델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기아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K9.
기아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K9.

1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내년 초 출시할 'K9' 후속 모델부터 기존 차명(K9)과 기아(KIA) 엠블럼 대신 새로운 엠블럼을 부착한다. 올 상반기 출시한 스포츠 세단 '스팅어'에 독자 차명과 엠블럼을 장착해 기존 기아차 K시리즈와 차별화를 추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아차는 스팅어 출시 전 제네시스와 같은 고급 브랜드 출범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보류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이 아직 이르다는 내부 판단에서다. 하지만 스팅어가 출시 4개월만에 5000대 이상 팔리면서 긍정적인 시장반응 보인 게 고급 브랜드 출범에 힘이 실렸다.

그동안 K9은 기아차를 대표하는 대형 세단임에도 기술을 공유하는 제네시스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기아차라는 대중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고전했다. K9은 올 들어 7월까지 국내에서 1027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제네시스 EQ900(7741대) 7분의 1에 불과한 저조한 실적이다.

업계는 K9의 판매 저조를 고급차 시장에서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애매한 차급 설정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네시스가 G80(4810만~7420만원)과 EQ900(7500만~1억1800만원)이 고급차 시장을 선점하는 사이 K9(5060만~8660만원)은 두 차종간 경계에서 모호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스팅어에 부착된 독자 엠블럼.
스팅어에 부착된 독자 엠블럼.

기아차는 K9 후속 모델 차체 크기를 키우고, 파워트레인 개선 등을 통해 상품성을 강화하면서 차급을 제네시스 EQ900급으로 격상할 계획이다. 엔진은 EQ900과 동일한 V6 3.3리터 트윈터보 가솔린, V6 3.8리터 가솔린, V8 5.0리터 가솔린을 탑재한다. 뒷바퀴 굴림을 기본으로 사륜구동 시스템도 추가한다.

내외관도 한층 고급스럽게 꾸며진다. 외관은 커다란 전면 그릴 중심으로 LED 방식의 헤드램프·리어램프를 장착했다. 실내는 스팅어처럼 인체공학적으로 구성된 수평형 레이아웃을 적용한다. 반자율주행 시스템과 커넥티드 기술 등 다양한 신기술도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차는 독자적인 차명과 엠블럼을 사용하는 '모하비'에 이어 스팅어, K9 후속 모델까지 고급차 라인업을 강화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기아차는 2015년 12월 에센시스(Esencis), 에센서스(Esensus), 에센투스(Esentus) 등 'E'로 시작하는 3개 상표를 특허 출원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K9 후속 모델은 고급차 라인업 강화 전략에 따라 상품성을 대폭 강화해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이다”면서 “다만 차명이나 엠블럼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